박해춘 우리은행장은 4~7일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제40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은행장들이 관례상 참여하는 이 행사에 가지 않는 이유는 취임 초기에 업무를 확실히 파악해 영업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박 행장은 3월 말 취임한 뒤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장실을 지키기보다 고객사와 지점을 방문하기 위해 외근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이 같은 현장 챙기기 덕분에 우리은행은 지난달 신한은행에 밀렸던 은행권 수신 2위 자리를 석 달 만에 되찾는 등 영업에 활기를 찾고 있다.

◆토종은행으로서 공공성도 좇겠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 해빛정보㈜와 동양강철㈜ 등 대전·충청지역 중소기업체를 가장 먼저 방문했다.

해빛정보는 회사 대표인 박병선씨가 대덕벤처협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벤처업체이고 동양강철은 전통적인 제조업체다.

박 행장이 이 두 업체를 골라 방문한 것은 앞으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을 중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박 행장은 LG와 포스코 등 대기업 고객도 잇따라 방문,경영진들과 기업 경영 및 은행 지원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스코를 방문했을 땐 이구택 회장으로부터 지분 매입 요청을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행장은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은행의 '정체성'을 강조하곤 한다.

토종은행인 만큼 수익성뿐 아니라 공공성도 좇겠다는 점을 넌지시 전한다.

때론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는 말로 신의를 강조하기도 한다.

박 행장은 '외부 출신'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과의 친화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임원들에겐 책임과 역할을 다해줄 것을 엄하게 요구하면서도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게는 '친형'처럼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지난 1일 한국노총이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임직원들과 함께 뛴 것도 스킨십 경영의 일환이다.

◆성과시스템 강화해 영업 독려

박 행장은 지난달 임직원 인사를 마무리함으로써 영업전선으로의 '돌격'을 위한 내부 정비를 마쳤다.

대부분의 부행장과 사업단장들은 영업부장이나 영업본부장 출신들로 채워졌고 지점장급도 행장이 직접 실적 등을 점검해 반영하는 등 철저히 '영업 능력' 위주로 발탁됐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박 행장이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출신이나 인맥 등에 신경쓰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7일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기능을 접목한 '우리V(밸류)카드'를 출시한다.

이 상품은 당초 3월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박 행장이 취임 후 직접 나서 상품 내용과 판매 전략 등을 새로 짰다.

박 행장이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후 그의 전공분야에서 내놓는 사실상의 첫 작품인 셈이다.

박 행장은 전업계 카드사처럼 카드 모집인을 적극 활용하고 직원들의 카드 판매 실적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을 중시하는 박 행장의 경영 형태에 비춰 은행 간 세력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