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돌아누우면/ 까칠은 손 내려와 보듬으시는 어머니/ 마른 젖가슴에서 손 빼내고 내려 선 마당에,/ 칙간 위에,장독대에,광주리에/ 소리 없이 눈발이 쌓이고 있었다.'('풍경화를 읽다' 중에서)

전향규씨(46)의 첫시집 '풍경화를 읽다'(시와 에세이)가 등단 24년 만에 출간됐다.

그의 시 대부분에는 풍경에 대한 묘사와 감상이 들어 있다.

하지만 공허하게 풍경을 그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근원적인 그리움이 담겨 있다.

시인이 그리움에 집착하는 것은 스스로를 항상 길 위에 있는 존재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귀 본능이 시 안에서 종종 드러난다.

'(중략)저 빛나는 들판 가로질러 산길 돌아서/ 이제 돌아가야 한다/ 오던 길 멈추고 간이역은 그냥 통과하자/ 내 눈물이 슬픔인 듯 슬픔되고/ 내 눈물이 기쁨인 듯 기쁨 되고/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것.'('귀로' 중에서)

시인은 인간의 몸을 원초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그리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같은 기법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시의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