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
현대자동차가 이르면 내년 말 도요타의 렉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한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를 계기로 현재 도요타 등에 뒤처져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고급차 전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말 선보일 에쿠스 후속의 최고급 세단 VI(프로젝트명)부터 현대차가 아닌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현대차의 연구개발과 상품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이현순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럭셔리 세단 BH(프로젝트명)는 일단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기존 현대차 브랜드로 출시하기로 했다"며 "대신 BH의 뒤를 잇는 럭셔리 차량이 나오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고 BH도 그 안에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BH를 일반 브랜드로 출시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차량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새 브랜드를 내놓으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BH 한 차종으로만 새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도 별도 유통망 구축 등을 고려할 때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년 상반기로 돼 있는 BH의 출시 시기를 내년 초로 조금 앞당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VI는 현대차의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의 후속 모델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기존 에쿠스를 계승하기보다는 프리미엄 차량인 BH보다 더 고급스러운 럭셔리 세단으로 완전히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한 5000cc급 타우 엔진이 탑재될 VI는 해외 시장에서 BMW 7 시리즈 및 렉서스 LS 시리즈 등과 경쟁을 벌일 차종이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투스카니 후속의 후륜구동 스포츠쿠페 BK(프로젝트명),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PO(프로젝트명) 등의 차량들도 2009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키로 결정한 것은 '가격 대비 좋은 차'라는 기존 이미지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이 겨루는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BMW5 시리즈와 렉서스 ES를 겨냥한 BH를 출시하면서 현대가 아닌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도요타도 1989년 렉서스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LS ES 등의 고급 승용차를 출시하고 도요타 브랜드와 철저하게 분리한 채 고급 소비자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 결과 렉서스는 미국시장에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0만대 이상 팔리며 고급차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기에 앞서 기존 현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베라크루즈와 BH 등을 통해 3만~4만달러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