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TEU급 컨船대량 발주… 벌크선ㆍ유조선 사업 강화

한진해운이 본격적인 선단(船團) 재편 작업에 나섰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컨테이너선 대형화 전략에 발맞춰 8000TEU급 이상 초대형선을 대량 발주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벌크선 사업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한진해운은 이를 통해 현재 선복량 기준 8위 수준인 글로벌 랭킹을 2010년까지 5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한진해운은 3일 현대중공업에 86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및 벌크선 2척을 발주했다.

한진해운은 이달 말 일본 조선업체에 벌크선 2척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8600TEU 선박은 20피트 컨테이너 8600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로,업계에선 8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초대형선으로 분류한다.
한진해운 船團재편 나선다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해 1만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발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들 선박을 인도받는 2010년에는 한진해운이 자체 보유한 컨테이선 3척 중 한 척은 8000TEU급 이상이 된다.

한진해운이 2005년 하반기부터 8000TEU급 5척을 선주로부터 빌려 미주 노선에 투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전체 초대형 선박 수는 모두 15척으로 불어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초대형선 15척에 5000~8000TEU급 선박 30척을 더하면 전체 보유 선박(105척)의 42%가 대형선으로 짜여진다"며 "발주한 선박을 인도받는 2010년에는 운송량을 기준으로 한 주력 선단이 5000TEU급 이하 중형선에서 대형선 및 초대형선으로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또 그동안 컨테이너선에 비해 취약했던 일반 벌크선 및 유조선 사업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한진해운이 발주한 벌크선은 모두 4척으로,그동안 주로 해외 선주로부터 배를 빌려 쓰던 한진해운이 벌크선을 직접 발주하기는 1995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진해운이 벌크선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컨테이너선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부문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탓에 컨테이너 시황이 좋고 나쁨에 따라 회사 실적이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의 2대 주주가 된 것도 비(非) 컨테이너선 사업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충남 서산에 추진 중인 제2 정유공장(하루 48만배럴 규모)에 필요한 원유 수송을 자연스럽게 한진해운이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한진해운이 아람코가 유럽 및 미주지역에 수송하는 원유마저 일부 떠맡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후 10여척에 가까운 유조선을 도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비컨테이너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벌크선을 추가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2010년까지 컨테이너선 매출 비중을 50% 정도로 낮추는 대신 벌크선 및 터미널사업 비중을 각각 30%와 20%로 10%포인트씩 올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