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소득이나 금융자산에 비해 부채가 훨씬 더 빨리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3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의 채무감내 능력이 저하되면서 주택가격 하락 및 시장금리 상승 등의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채증가율,소득의 2배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가 세금 등을 제외하고 재량껏 쓸 수 있는 소득을 가지고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 1.42%로,2005년의 1.35%에 비해 0.07%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개인 가처분소득 증가율(5.6%)이 금융부채 증가율(11.6%)의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1997년만 해도 0.87%였으나 2000년 0.91%로 높아졌고 △2002년 1.28% △2003년 1.29%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1.38%)이나 일본(1.18%)과 비교해서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의 지급이자 비율도 부채규모 확대와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7.78%에서 8.64%로 높아졌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 처분 없이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 44.4%로 전년 말(43.2%)보다 늘어났다.

이 비율 역시 미국(31.6%)이나 일본(22.7%)에 비해 높은 편이다.

◆원리금 상환부담 급증

한은은 또 최근 몇 년간 급증했던 장기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이 끝나감에 따라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단기 일시상환방식에서 장기 분할상환방식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매년 거액의 만기가 돌아오는 데 따른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은 완화됐지만,일시상환방식의 경우 대부분 만기 때 연장이나 대환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할 때 대출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 6%에 3년 거치 15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거치기간 중에는 50만원의 이자만 내면 되지만 거치기간이 끝나면 월 97만6000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갑자기 월 47만원을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거치기간이 만료되는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금은 매년 20조원 내외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09년에는 지난해 급증했던 주택담보대출의 3년 거치기간이 만료되면서 이 금액이 48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액도 올해 13조7000억원에서 2010년엔 16조7000억원으로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