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최대 현안인 '위험기준 자기자본(RBC:Risk Based Capital)'제도 시행 시점을 두고 금융감독 당국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RBC제도 시행 시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탓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2008회계연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RBC제도를 2009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상당수 국내 보험사들이 강화된 건전성 지표인 RBC제도를 받아들일 만큼 자본여력이 성숙해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 RBC제도의 일부 요소가 은행권에 적용될 바젤Ⅱ(신BIS비율) 제도를 원용하도록 돼 있는데 바젤Ⅱ가 2009년으로 연기돼 RBC제도 역시 2009년 이후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었다.

보험업계는 "RBC 규제 도입에 앞서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실무부서인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이날 "보험회사의 RBC제도 시행시기 연기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험감독국의 한 관계자는 "RBC제도 시행 시기를 2008년으로 명시한 적도 없으며 시행시기 연기 또한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오찬 강연에서 "은행의 바젤Ⅱ 도입 시기를 2008년 1월 이후로 보고 있기 때문에 RBC제도 시행도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2008년 시행을 목표로 상설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어 준비 중이었지만 리스크 측정 및 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물리적 여건으로 제도 시행을 2009년 이후로 연기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감독국이 또다시 RBC 시행 시기 연기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히는 등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RBC제도가 보험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며 "감독당국이 서둘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