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데 재주가 없는 아이들에게 백일장은 고역이다.

학교를 벗어나 공원에 나온 것은 좋지만 도무지 쓸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땐 교실에서 수업받는 게 더 낫다는 생각뿐이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선 3일 여고생들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벤치에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이 친구의 등을 책상 삼아 글을 쓰다 웃음보가 터진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머리만 무거워지던 터라 더 즐겁다.

간신히 원고지를 메우고 책상이 돼준 미더운 친구의 등을 바라본다.

백일장에서 상 받는 것은 꿈도 꾸지 않지만 '벤치의 추억'을 만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공원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