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파하는 그 마음을 어디 한번 내놓아 보아라."

마음은 실체가 없음을 깨우치는 선가(禪家)의 단도직입적인 화두에 대해 콜롬비아 출신의 뇌과학자 로돌프 R 이나스는 "여기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 몸 안의 꿈꾸는 기계,뇌가 곧 마음이다."

미국 뉴욕대 의대 교수이자 미항공우주국(NASA) 뉴로랩과학연구단장인 그의 저서 '꿈꾸는 기계의 진화-뇌과학으로 보는 철학명제'(김미선 옮김, 북센스)는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더없이 궁금한 마음의 정체를 밝혀낸다.

뇌가 어떻게 마음이 되는가.

뇌는 신경세포들이 외부 자극에 반응해 일으키는 진동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독자적인 방법으로 결합하고 다시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세포들의 운동을 조절하고 조직한다.

그러나 뇌는 '닫힌 구조'이기 때문에 감각이 수용하는 외부 실재와 다른 자신만의 실재를 형성한다.

신경세포와 뇌 사이의 이 같은 '간격'을 좁히려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마음'이며 '자아'의 발생이다.

이렇게 본다면 마음은 감각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꿈을 꿀 때도 깨어있을 때와 똑같은 감각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즉 사람은 '현실세계의 가상모형을 건설하는 꿈꾸는 기계'다.

또 사람은 인지능력 대부분을 유전적으로 미리 몸속에 '배선'된 채로 태어난다.

게다가 감정과 언어 역시 운동의 속성상(고정운동패턴 이론) 이미 패턴화되어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420쪽,1만8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