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월 대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헌문제를 끝으로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뒀던 노 대통령이 4·25 재·보선을 계기로 대선주자 자격을 거론하고 반노(反盧)세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과정에서 방관자로 있지 않고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입장은 올초 열린우리당 분당위기 때 거론했던 개문발차(開門發車·차의 문을 열어놓은 채 출발한다)라는 말에 녹아 있다.

지금 당장은 민심이반으로 당이 어렵지만 잘 정비하고 후보들을 키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가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담은 게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5단계 정권재창출 시나리오'다.

열린우리당 해체를 막고 '남북카드'로 심중에 둔 후보들을 띄운 뒤 한나라당이 분열한다면 이탈세력과 손잡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만든 다음 남북정상회담 등 히든카드를 앞세워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시나리오는 범여권이나 한나라당 모두 분열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가 넘는 상황에서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파괴의 정치를 하려한다'며 반노 탈당파를 맹비난하면서 열린우리당 사수에 나선 것은 "후보보다는 당과 구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탈당파에 대한 날선공격은 분당 정국에서 친노파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중도파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당 사수를 토대로 대선후보 만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친노계열 대선주자들의 최근 튀는 '북방행보'가 눈에 띈다.

이해찬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은 잇달아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고위인사와 접촉,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한명숙 전 총리도 지난달 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러시아를 방문,뉴스메이커가 됐다.

공교롭게도 세사람 모두 노 대통령과 사전교감을 한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들은 노심(盧心)안에 있는 인사들이다.

또다른 주자인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미 국민연금 처리 무산에 따른 기획된 사퇴파동으로 언론을 탔다.

'특정후보를 밀지 않되 동등한 기회는 준다'는 원칙에 따른 배려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친노세력의 대선주자를 키우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 단계는 당외세력과의 연대와 독자후보 선출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분열될 경우 이탈세력과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분열은 영남세력의 분화를 의미하는 만큼 이들 세력을 끌어들여 사실상의 '소연정'을 이룬다는 것이다.

만에하나 한나라당 '빅2'가 조기에 갈라선다면 오픈프라이머리에 이탈파의 참여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12월 대선을 앞둔 대미는 역시 남북정상회담 등 히든카드로 장식할 공산이 크다.

북핵문제 해결이 진전을 이루고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인 남북 간 비공식 접촉이 성과를 낸다면 성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재창/이심기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