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가가 세차게 오르면서 해리 S 덴트 등이 주장해 온 '200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대세상승 국면을 시현'하는 이른바 '슈퍼 사이클' 국면에 이미 진입 했다는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어느 편의 시각이 설득력이 있는지 짚어보자.

비관론자들은 무엇보다 세계경기가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주가하락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세계경기가 지난해 5.3%에서 4.9% 내외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시한다.

하지만 세계경제 잠재성장률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4.9%는 연착륙으로 봐야 하고 역사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이 정도 경기둔화는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지 못했다. 세계경기가 지금 수준으로 연착륙을 하면 경기과열과 인플레,금리인상 부담이 줄어들어 오히려 주가시장에 보약이 될 수 있다.

비관론자들은 또 각국의 경쟁적인 금리인상으로 증시주변 자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경제주체들의 금융행위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정책금리인상이 곧 증시에 충격을 준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갈수록 신용카드와 같은 대안화폐의 등장으로 퇴장통화가 감소하고 레버리지 투자행위가 확산되는 추세다.

더욱이 옛 사회주의권과 저개발국가의 자산(stock)이 빠르게 유동화(flow)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정책금리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증시의 호재에 이끌려 유입되는 유동성을 역류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당초 2분기에 주가가 크게 조정될 것으로 봤던 비관론자들은 기업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반대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실적발표가 끝나가는 현 시점에서 미국기업과 한국기업들의 실적을 평가해 보면 '어닝 서프라이즈'라 불릴 만큼 높게 나왔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기술(IT)과 서비스 산업이 주도하는 세계산업 구조에서 업종 혹은 기업 간의 차별화 현상은 심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우량기업들의 실적은 늘 기대 이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비관론자들이 주목해 온 '글로벌 악재요인'인 중국의 긴축정책,일본의 엔 캐리 자금 청산,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도 과잉 해석된 측면이 강하다.

이를테면 올해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8%로 잡은 것을 놓고 긴축강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이 정도 목표치를 유지해 오고 있다.

엔 캐리 자금도 당분간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청산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지나치다. 설령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인상이 단행된다 하더라도 양국 간 금리차가 4%포인트 이내로 줄어들지 않는 한 굳이 청산될 유인은 적어 보인다.

설령 실제로 청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한국에 유입된 엔 캐리 자금은 대부분 부동산에 유입돼 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칠 타격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을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도 모기지 공급업체와 투자자,대출자 간의 3자 문제이기 때문에 증시 비관론자들의 주장처럼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충격을 미치는 금리 인하로 풀 수 있는 현안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주식시장의 가장 큰 부담은 '너무 올랐다'는 것.증시참여자들이 이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조정되거나 언젠가는 조정돼야 한다.

하지만 증시 비관론자들의 예상처럼 코스피 지수가 현 수준에서 300포인트나 넘게 급락할 정도로 취약한 여건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조정되더라도 '슈퍼 사이클'이라는 큰 틀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