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긴장감 높이고 업황부진 탈피"

LG이어 삼성도 '현장 속으로' 인사


전자업계에 '선(先)현장'바람이 불고 있다.

수년간 지속돼 온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묘수를 현장에서 찾고 있는 것.본사직원의 현장 전진배치가 '기본형'이라면,현장 직원의 본사배치는 '심화형' 현장 경영의 사례들이다.

현장경영은 서울 본사와 현장 사이의 괴리로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6일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부문은 본사에서 근무하는 인력 가운데 홍보팀을 제외한 100여명의 직원들을 오는 26일부터 수원공장에 배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사장은 "현장에 충실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며 "본사와 현장의 적극적인 소통이 있어야만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등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현장배치로 인해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둘 움직임을 보이자 최 사장은 "회사 거리가 멀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조직에서도 필요없는 사람"이라며 현장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1월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남용 부회장은 지난 3~4월 새 본사 인력 840명 가운데 320명을 마케팅과 영업 부문으로 발령냈다.

당시 인사에서 LG전자는 본사의 광고 전문인력과 마케팅을 전공한 해외 MBA(경영학 석사) 출신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는 파격을 단행했다.

'실적부진=인재 부족'이라는 남 부회장의 소신을 반영한 인사였다는 평가다.

남 부회장은 평소에도 "조직의 역량이 노키아와 소니에 견줄 만하거나 능가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지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누차 밝혀왔었다.

남 부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 당시 기자들에게 "사원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역시 최근 서울사무소 직원 대부분을 수원공장 내 사무실로 내려보냈다.

서울에 남아있는 인력은 홍보업무 등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겼을 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바로 들어 관련업무에 즉각 반영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LG필립스LCD는 색다른 현장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3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마친 뒤 본사를 '현장'처럼 바꾸는 '중앙집권형' 인력 재배치에 들어간 것.본사직원을 현장으로 파견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역으로 현장 직원을 서울로 불러올려 미래를 준비해보자는 '역발상' 전략인 셈이다.

LG필립스LCD는 파주와 구미에 떨어져 있는 기업문화 선진화 활동팀을 본사로 옮겨 중앙집중식으로 현장과의 의사소통을 지휘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현장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현장과 본사의 괴리감을 좁히면 조직능률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는 부가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업황 전체의 부진으로 인해 기업들이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고 사업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본사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