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이 나와도 잘못을 지적하는 대신 불량품만큼의 꽃을 갖다 놓았지요."

삼성전자 인도 뉴델리(노이다) 공장의 유영복 공장장(상무)은 10여년간 인도에 근무하면서 현지 근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최고의 생산성을 올린 비결은 진솔한 마음으로 다가간 데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현지에서 만난 유 상무는 자신만의 경영 비법인 '원사이드 러브(one side love)'를 소개했다.

불량품만큼 꽃을 갖다 놓으니까 근로자들도 스스로 잘못을 깨우쳐 불량품이 줄어들더라는 것.

또 인도 사람들이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민족 중 하나란 것을 알고부터는 직원들 생일 때 선물로 극장표를 돌렸다.

일을 잘하는 근로자들에겐 돈 대신 자긍심을 부추기는 식으로 보답했다.

그가 이렇게 마음 경영을 펼친 결과 10%에 달하던 결근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생산성도 갈수록 높아졌다.

인도 현지에서 지난해 11개 법인이 삼성 노이다 공장을 벤치마킹했고 인도 최고의 전자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유 상무는 현지 법인을 인도 내 최고 기업으로 일궈낸 공로로 2005년 1월엔 삼성그룹으로부터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했다.

"10여년 전 인도에 왔을 때는 참 난감했습니다.

환경은 더럽고,행동은 느리고,시키는 사람은 많고….이것이 인도인의 가장 큰 고질병입니다.

이것을 고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나온 모토가 클린(clean),스피드(speed),액션(action) 등 세 가지였다.

이 중에서도 그는 스피드를 가장 중요시한다.

유 상무는 액션 역시 카스트 제도가 지배하는 인도 사회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현장 근로자 중에 엔지니어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계급 질서가 공장 내에까지 스며있었다고 한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만든 행동 수칙이 '구르지(인도어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가 돼야지,산야시(깊은 명상에만 잠기는 사람)는 절대 되지 말라'다.

"이제는 엔니지어들이 공장을 떠나고 싶어도 자신들의 땀과 손때가 묻은 장비가 자식처럼 느껴져 떠나지 못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변했습니다."

유 상무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했고 20세가 넘어서야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이후 인천대 전자통신공학과를 나와 1978년 삼성전자에 생산직으로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뉴델리=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