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썰렁하다.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조차 1 대 1만 돼도 다행이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반에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가을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아파트분양가 인하효과가 '20%+α'에 달할 것"이라고 선전을 해대니 분양이 될리가 만무하다.

시장에 매수세력이 끊긴 것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집값 하락이 대세라면 매도자도 줄을 서야할 터인데 그렇지도 않다. 매수자도 매도자도 거의 없다는 얘기는 지금의 집값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을 일치시키는 교과서적인 의미의 시장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렇게 시장이 경색되다보니 공급이 반토막 나 버렸다는 사실이다. 주택업체들마다 당초 계획을 계속 미루다보니 주택시장의 장기 흐름을 주도하는 서울시 내 아파트 신규 공급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격이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지 못해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참여정부집권이 끝나기 전에 집값은 반드시 잡는다'는 강박에 빠진 정부가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양쪽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만기친람식으로 통제하면서 시장의 정상적인 수급기능이 완전히 뒤틀려 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 쪽이 종부세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거의 실종되면서 그 여파로 공급 쪽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정부는 올해 계획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하겠다지만,실상은 다르다. 민간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의 인하 효과가 실제론 10% 정도인데도 정부에서 왕창떨어질 것처럼 과잉 PR를 하는 바람에 가을 분양가 책정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아파트 신규 분양은 사실상 끝난 셈"이라고 푸념한다. 민간 아파트 분양이 안되니 주택단지조성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동시에 추진되는 영세민을 위한 임대주택도 덩달아 공급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급차질이 심각해도 집값이 계속 안정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집값이 대세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선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일부지역의 아파트값이 공시가격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과연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현재 주택거래는 이왕 팔기로 결심했던 집주인이 오는 6월1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전에 급매물로 처분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전세도 복병이다. 공급부진이 장기화되면 필연적으로 전세파동이 생긴다. 전세파동은 매매파동으로 옮겨붙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정부가 오로지 집값잡기에만 골몰한 나머지 공급문제를 도외시할 경우 공급파동에 휩싸일 가능성이 없지않다. 실수요자들이 정부 말을 믿고 지금보다 뚝 떨어진 분양가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나친 기대를 갖고 있다가 또 다시 실망하는 일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희수 건설부동산부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