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버핏의 주총장을 가다…열살 소녀 부자비법 묻자 "빚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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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은 올해도 건재했다.
오히려 더 큰 마력을 갖추고 주주들을 빨아들이는 신기를 과시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76). 그가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의 정기주총이 열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 5일(현지시간) 모여든 2만7000여명의 주주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열광하고 환호하며 발을 굴렀다.
버핏이 올해 내건 화두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 투자의 확대.버핏은 "달러 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투자 검토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고 말했다.
# 최고 부자들로 이뤄진 버핏의 신도들
벅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26년 전 시작됐다.
처음 참석 인원은 12명.해마다 숫자가 늘어 2005년 2만명을 넘어섰다.
작년에는 2만4000여명이 몰려들었고 올해는 2만7000여명이 왔다.
7년째 주총에 참석한다는 브라이언 매카시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기다렸다"며 "버핏을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벅셔 해서웨이 A주식의 지난 4일 종가는 10만9250달러.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다.
이런 주식을 가진 사람 2만7000여명이 몰려 오마하의 호텔은 동이 났다.
이들은 버핏이 평생 친구이자 동료인 찰리 멍고 부회장(84)과 함께 6시간 동안 펼친 '투 올드맨쇼'(주주와의 일문일답)에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대표적인 것은 일부 주주가 상정한 페트로차이나 주식의 처분 안건.페트로차이나의 모회사가 다르푸르 사태가 발생한 수단에 투자한다는 점을 들어 벅셔 해서웨이가 가진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처분하라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98.2%가 반대했다.
버핏에 대한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나타낸 셈이다.
# 올 화두는 해외 투자 확대
버핏은 주총이 열리기 직전 한국 기자들과 마주쳐 '한국 주식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포스코는 놀라운 기업"이며 "한국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털어놨다.
개인이 투자한 20개 한국 기업 주식을 갖고 있으며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에서 900원대로 하락하는 바람에 환차익도 짭짤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은 주총장에서도 이어졌다.
한 주주가 "한국의 포스코를 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버핏은 숨도 돌리지 않고 "엄청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가 우리의 투자 검토 대상"이라며 "앞으로 6~8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버핏은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외국 기업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 증시가 '버핏 효과'를 누릴지도 모를 일이다.
#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
미국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낙관론이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주겠지만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적절한 관리 등으로 급속한 신용 경색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가치투자의 귀재답게 "신용시장은 롱텀캐피털 사태가 발생했던 1998년처럼 때때로 경색될 수 있다"고 말해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신념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카트리나 같은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해 보험 부문 이익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후임 CIO는 3~4명의 후보를 우선 선발
시카고에서 왔다는 한 주주는 "본인을 최고투자책임자(CIO) 후보로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신청서를 내지 않아 안 된다"고 응수했다.
버핏은 "이미 500~600명의 신청자들로부터 지원서를 받아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3~4명의 후보를 확정해 이들의 능력을 시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각자에게 20억~50억달러의 자금을 주고 직접 운용하게 한다는 것.이를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장기적 안목,리스크 관리 능력을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매년 10~15%씩의 고수익을 얻지 않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어린이에게 전수한 '버핏식 투자 비법'
켄터키주에서 왔다는 열 살 먹은 소녀는 주총장에서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고 질문했다.
주주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버핏은 다른 질문에 유머로 응수하기 시작했던 것과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답은 "어릴 때부터 돈을 버는 데 관심을 갖는 게 좋다.
빚지지 마라.그리고 고교생 때부터는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였다.
그는 "지금은 너무 어리니 부모들과 그 방법에 대해 꾸준히 상의하라"는 충고를 해 돈버는 것은 습성이고 학습임을 강조했다.
멍고 부회장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하라"고 덧붙였다.
벌써 17년째 주총에 참석한다는 제프씨(73)는 "처음엔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이제는 손자를 데리고 온다"며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경제 교육장"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벅셔 해서웨이 주식을 아예 손자에게 상속할 계획이다.
과연 '오마하의 축제'였다.
오마하=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오히려 더 큰 마력을 갖추고 주주들을 빨아들이는 신기를 과시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76). 그가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의 정기주총이 열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 5일(현지시간) 모여든 2만7000여명의 주주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열광하고 환호하며 발을 굴렀다.
버핏이 올해 내건 화두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 투자의 확대.버핏은 "달러 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투자 검토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고 말했다.
# 최고 부자들로 이뤄진 버핏의 신도들
벅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26년 전 시작됐다.
처음 참석 인원은 12명.해마다 숫자가 늘어 2005년 2만명을 넘어섰다.
작년에는 2만4000여명이 몰려들었고 올해는 2만7000여명이 왔다.
7년째 주총에 참석한다는 브라이언 매카시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기다렸다"며 "버핏을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벅셔 해서웨이 A주식의 지난 4일 종가는 10만9250달러.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다.
이런 주식을 가진 사람 2만7000여명이 몰려 오마하의 호텔은 동이 났다.
이들은 버핏이 평생 친구이자 동료인 찰리 멍고 부회장(84)과 함께 6시간 동안 펼친 '투 올드맨쇼'(주주와의 일문일답)에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대표적인 것은 일부 주주가 상정한 페트로차이나 주식의 처분 안건.페트로차이나의 모회사가 다르푸르 사태가 발생한 수단에 투자한다는 점을 들어 벅셔 해서웨이가 가진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처분하라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98.2%가 반대했다.
버핏에 대한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나타낸 셈이다.
# 올 화두는 해외 투자 확대
버핏은 주총이 열리기 직전 한국 기자들과 마주쳐 '한국 주식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포스코는 놀라운 기업"이며 "한국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털어놨다.
개인이 투자한 20개 한국 기업 주식을 갖고 있으며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에서 900원대로 하락하는 바람에 환차익도 짭짤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은 주총장에서도 이어졌다.
한 주주가 "한국의 포스코를 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버핏은 숨도 돌리지 않고 "엄청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가 우리의 투자 검토 대상"이라며 "앞으로 6~8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버핏은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외국 기업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 증시가 '버핏 효과'를 누릴지도 모를 일이다.
#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
미국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낙관론이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주겠지만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적절한 관리 등으로 급속한 신용 경색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가치투자의 귀재답게 "신용시장은 롱텀캐피털 사태가 발생했던 1998년처럼 때때로 경색될 수 있다"고 말해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신념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카트리나 같은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해 보험 부문 이익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후임 CIO는 3~4명의 후보를 우선 선발
시카고에서 왔다는 한 주주는 "본인을 최고투자책임자(CIO) 후보로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신청서를 내지 않아 안 된다"고 응수했다.
버핏은 "이미 500~600명의 신청자들로부터 지원서를 받아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3~4명의 후보를 확정해 이들의 능력을 시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각자에게 20억~50억달러의 자금을 주고 직접 운용하게 한다는 것.이를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장기적 안목,리스크 관리 능력을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매년 10~15%씩의 고수익을 얻지 않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어린이에게 전수한 '버핏식 투자 비법'
켄터키주에서 왔다는 열 살 먹은 소녀는 주총장에서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고 질문했다.
주주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버핏은 다른 질문에 유머로 응수하기 시작했던 것과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답은 "어릴 때부터 돈을 버는 데 관심을 갖는 게 좋다.
빚지지 마라.그리고 고교생 때부터는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였다.
그는 "지금은 너무 어리니 부모들과 그 방법에 대해 꾸준히 상의하라"는 충고를 해 돈버는 것은 습성이고 학습임을 강조했다.
멍고 부회장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하라"고 덧붙였다.
벌써 17년째 주총에 참석한다는 제프씨(73)는 "처음엔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이제는 손자를 데리고 온다"며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경제 교육장"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벅셔 해서웨이 주식을 아예 손자에게 상속할 계획이다.
과연 '오마하의 축제'였다.
오마하=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