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경선 룰'을 둘러싸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내주 중 중재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양측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선룰 무엇이 문제인가=현재 큰 틀에서는 양측 간 합의가 이뤄져 있다.

경선 시기는 선거일 120일 전(8월21일),선거인단 규모는 20만명으로 하고,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4만명(20%),책임당원 6만명(30%),일반국민 6만명(30%),여론조사 4만명(20%)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일반국민 투표율이 대의원,책임당원 투표율보다 낮을 공산이 크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 투표율의 가중평균만큼을 반영하게 돼 있는만큼 대의원·책임당원 투표율보다 여론조사 반영비율이 낮을 확률이 크다.

예를 들어 대의원과 책임당원의 투표율이 각각 80%이고 일반국민 투표율이 30%라고 가정하면 유효투표 수는 대의원 3만2000명(4만명×80%),책임당원 4만8000명(6만명×80%),일반국민 1만8000명(6만명×30%)이 된다.

여론조사 유표투표 수는 전체 가중평균 투표율인 61.25%를 적용할 때 2만4500명이 된다.

결과적으로 당심(黨心)을 반영하는 투표 수는 8만명에 달하는 반면 민심(民心) 투표 수는 4만2500명밖에 되지 않아 당심 대 민심 반영비율이 65 대3 5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이 전 시장측은 '당심(黨心) 대 민심(民心) 5 대 5 원칙'을 제기하며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무조건 100%(4만명)로 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기존 합의를 깨뜨리자는 것이냐"며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양측은 주말에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6일 출입기자들과의 청계산 산행에서 "'8월,20만명'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미 세 번이나 양보했다"며 "더 이상 양보하라면 공당(公黨)이 아닌 사당(私黨)"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강 대표가 내놓을 중재안에 대해서도 "중재안이 나와봐야하겠지만 이미 합의한 큰 틀의 원칙은 절대 바꿔선 안 된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측근인 박형준 의원은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 반영방식 문제는 한 번도 합의한 적이 없다"며 "우리에게 '합의를 깼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경선 룰 논쟁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억지 춘향식 논리"라고 반격했다.

◆지도부의 중재안은=강 대표는 이번 주 중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중재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높은 대의원 투표율을 여론조사 반영비율로 적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대의원-당원 투표율의 평균치를 적용하는 방안 △무응답층을 제외한 각자의 득표 수를 반영하는 방안 △여론조사 반영 표 최저치를 보장해 주는 방안 등이 도마 위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일단 중재안을 제시한 후에는 대표로서 강하게 밀고 나갈 계획"이라며 "중재안은 최종적인 것이고 더 이상 수정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