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조폭만 자릿세 뜯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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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奎載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
관료 출신인 은행연합회장의 입장이 딱하게 되었다. 자본시장 통합법에서 '증권사에도 소액 지급결제를 허용하자'는 재경부 입법안에 대해 긴 침묵 끝에 어렵사리 지난주 들어서야 반대 성명을 내놨다. "유지창 회장은 뭐하고 있냐. 관료 출신이라 할 수 없나"하는 눈총도 받았을 테다. "지급결제 문제는 금산분리와 전업주의에 관련된 문제"라는 유 회장의 주장도 궁색하다. 사소한 문제를 본질적 문제로 엮어가는 것은 당장의 곤란한 입장을 회피하고 지연시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은행장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소액결제 업무를 은행의 본질적 업무라고 주장하려니 얼굴부터 간지러워질 지경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이토록 성장하도록 밀어준 것이 바로 당국 아닌가 말이다.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던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주고 방패막이를 쳐준 것도 당국이다. 그 결과가 오늘날 은행의 부귀영화다. 중소 제조업과 자영업자들의 등골이 빠지건 말건 부동산 투기에 편승해 알토란 같은 이자와 수수료를 받으면서 작년에만도 국민은행이 2조5000억원, 신한과 우리은행이 각각 1조6000억원, 하나은행이 1조400억원의 이익을 내도록 갖은 편의를 제공해 준 것은 정부다. 내수산업에서 이렇듯 장사를 잘한 업종은 은행밖에 없다. 은행이 많이 번 만큼 다른 곳은 당연히 더 나빠졌다. 국민들 고혈을 짜내는 곳은 다락같은 세금 뜯어가는 정부 하나만 해도 벅차다. 지급이자가 늘어나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정도다.
펀드는 물론 보험까지 팔면서 착실하게 수수료를 챙겨온 것도 은행 우대 정책의 결과다. 그것도 리스크라고는 없는 점포망 사업으로 '세금처럼' 수수료를 걷어왔다. 보험을 팔아 거둔 수수료는 판매액의 2.5%로 은행 고유 수익률의 2.5배 수준이라는 연구도 있다. 펀드 판매 수수료도 한국이 최고다. 한번 팔면 그만인 판매 수수료를 매년 걷는 것도 그렇지만 관리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인덱스 펀드에 수수료를 받는 나라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지급결제 수수료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은행원 임금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고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로 뛰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한다는 말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쥐꼬리만큼 수수료 내리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은행 지점은 무려 6000개다. 증권 지점의 4배다. 네트워크 장사는 기득권 장사요 목 좋은 네거리에 자리를 펴고 앉아 통과세를 걷는 장사다. 그 핵심이 지급결제 기능의 독점이다. 당국이 은행들의 금리 담합, 수수료 담합을 조사해 벌주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은행장들은 입만 열면 "금융 전쟁!"을 외쳐대지만 속 보이는 위장술이다. 은행업은 누가 뭐래도 면허 장사다. 신규 진입자가 없으니 전쟁도 우물안 전쟁이다. 은행 노조가 영업시간을 더 줄이겠노라고 거리낌없이 내놓고 주장하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공짜로 장사하는 것은 소위 외국 투기 자본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도 그랬지만 국내 경쟁자를 막아 놓았으니 그들이 부르는 값이 바로 은행 인수 가격이었다. 그래서 론스타가 됐건 뉴브리지가 됐건 거대한 매각 차익은 처음부터 보장된 셈이다. 그 결과가 은행 주식의 80%를 외국인이 소유하게 된 현실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금융 정책이었는지 돌아보기에도 때가 늦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이념 하나로 외국 자본과 퇴직 관료들의 문전옥답은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국내 은행이 절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는 것은 주인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장사하러 왔지 그 반대는 아니다.
미국이 '1933년 법'으로 유명한 글래스-스티걸법을 전면 개정한 것도 이미 8년 전이다. 개정법인 그램-리치법은 은행과 증권의 겸영까지 허용하고 있다. 증권사에 소액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것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다. 미국서는 증권 카드 하나면 회사 월급에서부터 카드 결제까지 이미 끝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결제 안정성 등의 사소한 문제를 내세워 딴죽 걸 일은 아니다. 국민들이 왜 턱없이 비싼 자릿세를 내야 하나.
관료 출신인 은행연합회장의 입장이 딱하게 되었다. 자본시장 통합법에서 '증권사에도 소액 지급결제를 허용하자'는 재경부 입법안에 대해 긴 침묵 끝에 어렵사리 지난주 들어서야 반대 성명을 내놨다. "유지창 회장은 뭐하고 있냐. 관료 출신이라 할 수 없나"하는 눈총도 받았을 테다. "지급결제 문제는 금산분리와 전업주의에 관련된 문제"라는 유 회장의 주장도 궁색하다. 사소한 문제를 본질적 문제로 엮어가는 것은 당장의 곤란한 입장을 회피하고 지연시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은행장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소액결제 업무를 은행의 본질적 업무라고 주장하려니 얼굴부터 간지러워질 지경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이토록 성장하도록 밀어준 것이 바로 당국 아닌가 말이다.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던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주고 방패막이를 쳐준 것도 당국이다. 그 결과가 오늘날 은행의 부귀영화다. 중소 제조업과 자영업자들의 등골이 빠지건 말건 부동산 투기에 편승해 알토란 같은 이자와 수수료를 받으면서 작년에만도 국민은행이 2조5000억원, 신한과 우리은행이 각각 1조6000억원, 하나은행이 1조400억원의 이익을 내도록 갖은 편의를 제공해 준 것은 정부다. 내수산업에서 이렇듯 장사를 잘한 업종은 은행밖에 없다. 은행이 많이 번 만큼 다른 곳은 당연히 더 나빠졌다. 국민들 고혈을 짜내는 곳은 다락같은 세금 뜯어가는 정부 하나만 해도 벅차다. 지급이자가 늘어나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정도다.
펀드는 물론 보험까지 팔면서 착실하게 수수료를 챙겨온 것도 은행 우대 정책의 결과다. 그것도 리스크라고는 없는 점포망 사업으로 '세금처럼' 수수료를 걷어왔다. 보험을 팔아 거둔 수수료는 판매액의 2.5%로 은행 고유 수익률의 2.5배 수준이라는 연구도 있다. 펀드 판매 수수료도 한국이 최고다. 한번 팔면 그만인 판매 수수료를 매년 걷는 것도 그렇지만 관리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인덱스 펀드에 수수료를 받는 나라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지급결제 수수료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은행원 임금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고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로 뛰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한다는 말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쥐꼬리만큼 수수료 내리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은행 지점은 무려 6000개다. 증권 지점의 4배다. 네트워크 장사는 기득권 장사요 목 좋은 네거리에 자리를 펴고 앉아 통과세를 걷는 장사다. 그 핵심이 지급결제 기능의 독점이다. 당국이 은행들의 금리 담합, 수수료 담합을 조사해 벌주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은행장들은 입만 열면 "금융 전쟁!"을 외쳐대지만 속 보이는 위장술이다. 은행업은 누가 뭐래도 면허 장사다. 신규 진입자가 없으니 전쟁도 우물안 전쟁이다. 은행 노조가 영업시간을 더 줄이겠노라고 거리낌없이 내놓고 주장하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공짜로 장사하는 것은 소위 외국 투기 자본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도 그랬지만 국내 경쟁자를 막아 놓았으니 그들이 부르는 값이 바로 은행 인수 가격이었다. 그래서 론스타가 됐건 뉴브리지가 됐건 거대한 매각 차익은 처음부터 보장된 셈이다. 그 결과가 은행 주식의 80%를 외국인이 소유하게 된 현실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금융 정책이었는지 돌아보기에도 때가 늦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이념 하나로 외국 자본과 퇴직 관료들의 문전옥답은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국내 은행이 절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는 것은 주인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장사하러 왔지 그 반대는 아니다.
미국이 '1933년 법'으로 유명한 글래스-스티걸법을 전면 개정한 것도 이미 8년 전이다. 개정법인 그램-리치법은 은행과 증권의 겸영까지 허용하고 있다. 증권사에 소액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것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다. 미국서는 증권 카드 하나면 회사 월급에서부터 카드 결제까지 이미 끝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결제 안정성 등의 사소한 문제를 내세워 딴죽 걸 일은 아니다. 국민들이 왜 턱없이 비싼 자릿세를 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