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주들이 모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선 LG필립스LCD가 4% 남짓 상승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LG전자(4.0%), 삼성전기(2.0%) 등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가 5% 넘게 치솟으며 근래 보기 드문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1.5%)도 이틀째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지난 4월에 비해 강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IT 제품 중에선 LCD의 업황이 가장 먼저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월 상반기 주요 IT 패널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업황이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의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휴대폰 역시 1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각 업체별로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이 다소 늘어나면서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는 다소 누그러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반도체 업황은 전문가들의 잇따른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5월 DDR2 D램 고정거래 가격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D램 업계의 적자폭이 늘어날 수 있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에 높은 탓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업종의 실적 전망 하향이 국내 주식시장 전체의 이익 전망을 갉아먹고 있다는 '오명'마저 뒤집어쓰고 있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공급 증가량이 너무 많이 업체간 출혈경쟁이 점입가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낸드 플래시로 이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외 경쟁 D램 업체들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출혈 경쟁에서 버티기 전략을 고수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국내 업체들의 생산믹스 전환이 빠른 시일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걱정은 커지겠지만, 경쟁 업체들은 결국 생산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 시점이 2분기일 경우 3분기부터 D램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8~9월일 경우엔 4분기 그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까지 국내 업체들의 이익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란 점에서 주가 움직임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절대평가 측면에서 중장기 경쟁력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8~10월경 이익 회복이 가능해 보인다는 점에서 7월 이후엔 반도체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PC 업체들이 대용량 PC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 D램 구매를 늘릴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황 바닥이 가까워져 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급도 공급이지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PC 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나 업황 회복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맥쿼리증권은 이르면 5월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D램 공급 증가율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계절적 효과와 함께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D램 가격이 단기내 회복될 것이란 기대는 이르지만 2분기 후반부터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증권은 3월 글로벌 반도체 출하 증가율이 증가세를 이어갔고, 국내 업계의 반도체 수출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어 2분기 이후 관련 업계의 업황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