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그리고 성대결로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프랑스 대선에서 우파정당인 대중운동연합의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가 승리했다. 좌파정당 사회당으로선 내리 세 번째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주목(注目)해 볼 것은 프랑스 국민들의 선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 대결이 선명했던 이번 선거에서 사르코지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선거구호가 말해주듯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최대 이슈는 경제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것이었다. 높은 실업률, 낮은 성장률로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프랑스 경제를 놓고 좌·우파는 저마다 색깔이 분명한 정책을 제시했다. 논쟁이 가장 격렬했던 곳은 노동분야였다. 지난해 치솟는 청년실업률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집권당이 도입하려 했던 이른바 최초고용계약제가 학생과 노동자들의 시위로 무산된 바 있어 더욱 그러했다.

좌파는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나왔다. 실업구제 및 사회보장제도의 강화도 빼놓지 않았다. 소위 사회적 연대를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었다. 이에 반해 우파는 프랑스의 도덕적 위기는 곧 노동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노동정책 개혁을 들고 나왔다. 높은 최저임금, 낮은 근로시간은 문제를 해결할 근본방안이 아니라면서 주35시간 근로시간제의 연장, 고용보호 제도의 완화를 제시했다.

노동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한꺼풀 벗겨 보면 분배를 우선하자는 좌파와 성장을 우선하자는 우파의 대결이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프랑스식 모델의 확대를 요구하는 좌파와 새로운 변화를 주장하는 우파의 대결이기도 했다. 여기서 프랑스 국민들은 노동공급 확대,성장,변화를 선택했다. 고용보호가 실업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며 성장이 우선되지 않고는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뿐이고 나아가 프랑스 경제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랑스 대선은 정책적으로 우리에게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돌이켜 보면 참여정부 들어 분배냐, 성장이냐를 놓고 소모적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지금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의 노동정책도 이제는 방향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무엇이 프랑스 경제의 침체를 초래했는지 뻔히 보고서도 우리가 되풀이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