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을 것 같던 LCD업계의 불황이 마침내 끝나가는 것일까? 지난 4월 노트북PC와 모니터 등 IT(정보기술)제품용 패널에 이어 5월 들어서는 TV용 패널 가격도 반등세를 보이면서 LCD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가격 급락세가 본격화된 2005년 이후 2년 만에 불어오는 '훈풍'이다.

특히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에 주요 제품 가격이 일제히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조심스럽게 장기호황을 점치는 분위기다.


◆IT용 이어 TV용 패널가격도 반등

7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2인치 TV용 패널 가격은 지난 4월 300달러에서 최근 306달러로 반등했다.
LCD '불황 터널' 끝나나
인상폭이 크지는 않지만 2005년 이래 TV용 패널 가격이 오르기는 처음이어서 업계는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향후 가격 전망도 밝다.

디스플레이서치는 같은 제품이 오는 10월에는 321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LCD패널 가격 반등은 4월 모니터용 제품에서부터 시작돼 최근 노트북PC와 TV용 패널로 확산됐다.

삼성전자 LCD총괄 관계자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년 베이징올림픽 수요 등으로 가격반등 여파가 40인치대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분간은 적어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CD업계 패러다임 변화


끝없이 떨어지던 LCD패널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은 건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주요 업체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기 때문.LG필립스LCD가 지난해부터 수익성 위주로 경영방침을 바꾼 것을 시작으로 대만 업체들의 '증설 러시'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대만 AUO는 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말까지 새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LCD산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공급에 비해 수요는 서서히 늘어나는 특징이 있어 일정 기간 공급과잉이 발생한다"며 "2004∼2005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급으로 지난 2년간 업계 전체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춰가며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기 호황으로 이어지나
LCD '불황 터널' 끝나나


LCD패널의 연간 생산능력 증가율 추이는 이 같은 시장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준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전 세계 LCD패널 생산능력은 매년 50% 이상 증가해왔다.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에는 증가율이 63.7%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55.3%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34.8%로 떨어지는 데 이어 내년에는 17.9%, 2009년에는 14.8%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관건은 '가격 반등세가 대형 TV용 패널로 이어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32인치용 패널은 그동안 너무 싸게 팔았기 때문에 가격반등이 가능했지만,40인치대 패널은 베이징올림픽을 제외하곤 가격 인상 요인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40인치대 LCD TV가 100만원대에 팔리는 등 완제품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고객사들이 패널 가격인상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줄 수 있느냐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 수급이 균형을 맞춰가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지난 2년간 공급과잉의 '뜨거운 맛'을 봤던 업체들이 앞으로는 보수적인 투자로 역할분담을 해나갈 것으로 보여 예전처럼 수급이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