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7일 열린우리당 탈당을 검토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과 당 해체를 주장한 김근태 전 의장을 정면 공격했다.

"당을 깨려는 공작을 하지말고 그냥 나가면 된다"고까지 했다.

결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공론을 거친 질서있는 어떤 통합에도 찬성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당 대 당 통합이 현실성이 없다는 점에서 당 사수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중도파의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통합신당 논의는 구태정치 재연"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부는 당을 깨고 나갔고 남아있는 대선 주자 한 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또 한 사람은 당의 경선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며 정동영ㆍ김근태 두 대선주자를 직접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과연 당신들이 열린우리당 창당선언문을 낭독한 사람들이 맞느냐. 그것이 도리에 맞는 정치냐"며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노력할 가치도 없다 싶으면 그냥 당을 나가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당을 흔들어 집단탈당을 유도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당을 떠나라는 얘기다. 한발 더 나가 "당을 깰 정도로 잘못했다면 정치를 그만두는 게 도리"라고 맹공을 가했다.

"일부는 당을 박차고 나가서 바깥에 신당을 조직하고,일부는 남아서 당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진로방해를 하면서 당을 깨려고 공작한다"며 "떳떳한 일이 아니다"고 맹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을 남겨 두고 나가면 혹시라도 당이 살아서 당신들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두려운 것이냐"는 반문도 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통합신당파를 향해 "차라리 조용히 당을 떠나라"고 밝힌 것과 유사한 맥락의 언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정 전 의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서도 "정 전 의장 탈당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통합신당을 하더라도 당을 먼저 해산하고 통합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당 대 당 통합원칙을 강조했다.

통합신당이 주장하는 국민중심당ㆍ민주당과의 대통합을 겨냥한 듯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며 "지역정치는 호남의 소외를 고착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의 공식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또다른 글을 통해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이라는 창당정신 유지 △지역구도로의 회귀 반대 △무원칙하고 무책임한 당의 해체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복당 의사나 계획이 없다"고 정면으로 부인하고,'영남신당을 만들려고 한다''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정치적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鄭ㆍ金 "대통령이 분란 자초"

정ㆍ김 전 의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정 전 의장은 "당원이 아닌데 '당을 지켜야 한다''복당하겠다'고 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과 대연정 제안으로 스스로 원칙과 명분을 파기하고 이제 허울뿐인 우리당을 사수하자고 하는 것이 가장 무원칙하고 명분없는 일"이라고 공격했다.

이심기/노경목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