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맥너니 보잉회장,마크 허드 HP회장,마틴 설리번 AIG회장.월스트리트저널지는 7일 이들 3명의 미국 CEO를 소개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들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는 실무형 업무스타일로 성공한 CEO'라는 점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시대가 가고 조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설득의 리더십'이 각광받는 시기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월지는 미국회사의 CEO 스타일 변화를 추적한 '이사회의 반란(앨런 머레이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지국장 지음)'을 통해 설득의 리더십을 소개했다.

월지는 이들의 성공요인으로 '거창한 비전제시보다 각론 개선에 집중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럴 듯해보이는 비전이나 급진적 전략변화를 추진하기보다 제품의 질 향상,판매방식,서비스 등 각론 부문에서 승부를 걸었다는 얘기다.

이들의 업무스타일을 보면 이를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맥너니 보잉회장은 "나의 의견은 11명의 이사회 임원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2005년 회장 취임 이후 회사 전략을 바꾸거나 수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전략을 토대로 최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회사를 망치는 치명적인 오류나 잘못은 각론에서 발생하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보잉사 주가는 그가 회장직을 맡은 이후 50% 올랐다.

허드 HP회장은 "커다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회사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화롭게 반영하는 게 CEO의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중 앞에 나서 연설하기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HP 주가 역시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2년 동안 2배 넘게 올랐다.

설리번 AIG회장도 기존의 기업문화를 바꾸기보다는 세심한 분야에서의 업무개선으로 주가를 50% 이상 끌어올렸다.

이들이 지금 각광받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월지의 분석이다.

카리스마형 CEO에 젖어 있던 미국 재계는 엔론 월드컴 등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변화를 요구받게 됐다.

실제로 이들 3인 CEO의 전임자였던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회장,칼리 피오리나 전 HP회장,해리 스톤사이퍼 전 보잉회장은 모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지만 실적 부풀리기나 사내 스캔들 등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사회의 반란' 저자인 머레이 지국장은 "이들이 미국기업의 새로운 CEO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