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베이징시 왕징의 인허증권 객장.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대형 시세판에 빨간 불빛이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래 종목의 대부분이 오름세로 출발한 것이 확인되면서 일주일간의 노동절 연휴를 끝내고 아침 일찍부터 객장에 모여든 투자자들의 얼굴은 환하게 피었다.

이어 3937의 급등세로 출발한 상하이종합지수가 3951로 눈깜짝할 사이 뛰자 객장 한 편에서 박수 소리도 터져나왔다.

중국이 온통 증시 때문에 난리다.

과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올 들어 주식 계좌수만 1400만여개가 늘었다.

작년 한햇동안 새로 생긴 계좌보다 3배가량 많다.

총 주식투자 인구는 1억명에 육박하고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초보다 2.3배나 넘게 폭등했다.

노동절 연휴기간 증권사들이 개설한 일주일짜리 주식 속성반은 만원 사례였다.

문제는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올린 직후인 지난달 30일만 해도 상하이종합지수는 2% 이상 올랐다.

긴축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위 관리들은 잇따라 버블 위험에 대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의 시아빙 주임은 7일 저녁 국영 CCTV에 출연,"증시 버블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증시 버블을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판푸춘 부위원장도 "장님 투자를 멈춰야 한다"며 시장 혼란을 우려했다.

약발을 못 내는 금리 인상이나 지준율 상승 등 금융 정책 외에 기업공개(IPO) 제도 변경이나 주식을 살 만한 우량 주식의 일시적 공급 제한 등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 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는 공모 가격이 홍콩 증시에 비해 최대 20% 정도 싸게 형성되는 현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또 정부가 보유한 기업 지분의 유통화 작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량 기업의 주식이 밀려나오면서 매수 욕구를 자극하는 만큼 이를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불붙은 투자 심리가 쉽게 가라앉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날 객장에서 만난 시신먼씨는 "증시는 적어도 2008년 8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투자 심리만으로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무역 흑자로 밀려들어오는 유동성과 작년에 상장 기업 순이익이 85%가량 증가한 실적 등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펀더멘털도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시장을 냉각시키려는 방법이 먹혀들기 어려운 이유다.

리우보 중관춘증권 사장은 "속도 조절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유동성이나 기업 실적 등 주변 여건이 너무 좋아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노동절 연휴 직전보다 2.83% 오른 3950.01로 마감했다.

한편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달러당 7.6위안대로 들어섰다. 이날 은행 간 거래 기준이 되는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6951위안으로 거래일 기준 3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역 흑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위안화 절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