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간 고철(철스크랩) 수요 증가량이 지난 7년간 증가량의 최대 4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 수급 비상이 걸렸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7년간 국내 고철 수요는 160만t 정도 늘어난 반면 올해부터 향후 3년간은 570만~670만t의 수요 증가가 예상돼 전기로(電氣爐:전기로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 업체들이 고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부제강이 목표대로 2009년께 150t 전기로 2기(업계 추정) 설치를 완료,가동에 들어갈 경우 270만t의 고철이 소요되는 데다, 현대제철(100t 전기로 1기)과 대한제강(80t 전기로 1기) 등 다른 업체들도 증설에 뛰어들면서 향후 2~3년 내에 300만~400만t의 고철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철 '귀하신 몸'...가격 연일 사상최고… 제품값도 오를듯
이에 따라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필요한 고철의 70%와 30%를 조달하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등 국내 전기로 업체들은 극심한 원자재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고철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 반해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어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조달하는 고철은 전체 철 축적량의 4.5~5%로 일정한 반면 세계 최대 고철 수출국인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이 수출물량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오일달러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전기로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재개해 자국 내 고철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곧 고철 수입국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고철 수출국이었던 미국과 일본도 철강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자국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공급부족이 예상되면서 고철 가격도 크게 오르는 추세다.

올 1분기 수입 고철 가격은 t당 336달러를 돌파했다. '고철 대란'이 벌어졌던 2004년(t당 340달러 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제 고철 가격은 t당 110달러에도 못 미쳤다.

수입 고철보다 10% 정도 싼 국내 고철 가격도 덩달아 t당 276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에 비해 30% 급등한 가격이다.

고철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전기로 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전기로 업계는 철근, 형강, 봉강 등의 제품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맞추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계속 침체될 경우 가격 인상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제강은 고급 철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고철의 대체재인 HBI(환원철)로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로 업체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모두 9개(특수강 포함)로 국내 총 철강 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당초 2013~2015년께 고철을 자급자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기간이 수년 정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