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기계는 지난 30년간 오로지 초대형 정밀산업기계 국산화 제작을 위해 뛰어온 외길 기업이다.

이 회사 전영도 사장은 정밀기계 제작에 대해 전문 지식이 전무하던 1979년 국산화를 이뤄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맨손으로 뛰어들었다.

지금은 국내 중소업체로는 유일하게 컨테이너선 등 초대규모 조선엔진을 자체 제작하는 중견기업으로 대변신을 했다.

그는 1970년대 말 정밀기계에 대한 전문 기술인력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에 모든 것을 몸으로 때워가며 스스로 기술을 습득해 나갔다.

틈틈이 관련 논문과 서적을 구입, 전문지식을 넓혔다.

뿐만아니라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외국 나가기를 밥먹듯이 한 결과 2000년 섬유분야의 핵심기술인 폴리에스터 초고속 방사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석유화학 원료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으로 국내 화섬업계의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방사된 실을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되감는 초고속 권취 기계장치도 개발했다.

또 초경합금을 소재로 한 정밀금형 및 대형 기계부품의 제작과 개발에도 성공해 국내 웬만한 대기업은 물론 일본과 중국,동남아 등지로부터 수주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 사장은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오래 전부터 꿈꾸어온 초정밀 선박엔진의 국산화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다.

2001년 울산시 남구 용연공단 1만여평의 부지에 총 240억원을 들여 연건평 5000평 규모의 대형 선박용 엔진 프레임류와 제철, 제강설비, 항만 하역크레인, 발전 보일러 등 초대형 특수산업용 기계 생산체제를 준공한다.

여기다 대형 설비생산에 사용하는 공정수를 100% 회수하는 환경친화적 제조설비도 갖췄다.

도무지 중소기업으로는 엄두를 내지못할 고가의 장비들이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전 사장은 용연공단 공장부지를 3만여평으로 이전보다 3배나 다시 늘렸다.

여기에 조선엔진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CNC 플라노 밀러(가로 세로 7m) 등 총 13종의 초고가 최첨단 조선엔진 설비를 오는 8월 말까지 공장 내에 설치 완료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현대중공업 두산엔진 STX중공업 등 대기업 다음으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과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조선엔진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생산설비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미 웬만한 조선엔진은 여기서 척척 만들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500억원의 조선엔진 물량을 수주해놓고 있다.

일진기계는 이러한 초대형 특수산업용 기계의 생산체제를 갖추는 데만 무려 1000억원을 투자했다.

중견 기업도 엄두를 내기 힘든 고가장비인 데다 일진기계 총매출액을 넘어서는 규모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조치였다.

전 사장은 초정밀 섬유기계 설비를 제작하는 일진에이테크를 포함해 서울 안양 창원 등에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기술이 곧 경쟁력'임을 수시로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이 같은 그의 경영방침과 목표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해마다 매출액의 4% 이상을 연구비에 투자하며 정밀기계의 100% 국산화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