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잇달은 거품(버블)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종합주가지수가 9일 4000선을 뛰어넘자 추가 상승을 전망하는 낙관론과 한계점에 왔다는 조정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넘쳐나는 유동성과 기업 실적 호전에 힘입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레이크는 없다=낙관론의 가장 큰 배경은 펀더멘털의 호조다.

작년에 무역흑자가 1700억달러에 달해 막대한 돈이 증시로 밀려들고 있고(수요) 정부가 보유한 우량 회사의 지분 매각과 기업공개가 순조로운 데다(공급) 기업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실적)는 게 주요 이유다.

여기에다 주식 광풍이라고 할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의 펀더멘털은 흠잡을 데 없이 좋다는 주장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기업 실적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1364개 상장 기업의 주당 순이익은 올 1분기 78.8% 늘어났다.

전체 상장사의 85%가 이익을 냈고,전체 이익 규모는 95%나 늘어났다.

기업 실적이 급호전되고 있어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위안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는 이날 달러당 7.6971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로 투자하는 상하이 A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적격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한도는 시가총액의 1%도 안 되지만 시장 분위기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한계점에 왔다=지나친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나 정부의 속도 조절이 추가 상승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작년 11월 2000을,올해 2월에 3000을 넘어섰고 두 달 반 만에 다시 4000을 돌파했다.

6개월도 안돼 배 이상 뛴 것. 올 들어 1400만개가 넘는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최근 2년간 개설된 주식계좌 수보다도 많다.

여기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중국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가 '싸다'에서 '비싸다'로 바뀌었다.

상하이 증시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작년 말 현재 53.2배다.

한국 증시의 12배 수준에 비하면 거의 5배 정도 비싼 셈이다.

중국 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버블을 우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속도 조절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중장기적으로 오른다=대부분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상승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시를 부의 재분배 도구로 생각하는 중국 정부가 증시 급락을 방치하지 않을 게 분명하고,기업들의 실적이 지속적인 호조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정의 폭과 기간이다.

과속을 한 증시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정도의 기간과 폭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버블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루에 수십만개씩 증권계좌가 새로 생길 정도의 열풍이 이어진다면 조정다운 조정이 나타나기 어렵다.

중국 증시의 향후 방향성은 '빨리'가 아닌 '천천히'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느냐 못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