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값 안싸고 품질도 별로…'
3년5개월 만에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가 당초 예상보다 가격이 비싼 반면 품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육류업체들로부터 1차 물량 6.4t을 들여온 쇠고기 수입업체 네르프가 국내 도매상들에 넘긴 가격이 호주산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일부 부위는 국산보다도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육류 도매업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목심 쇠고기는 kg당 1만7000원으로 호주산(1만5000원)보다 2000원 비싸고 한우(1만7500원)와 거의 같았다.

안심은 4만1000원으로 호주산(2만5000원)과 한우(3만7000원)보다 훨씬 더 비쌌다.

이처럼 가격이 예상보다 비싼 반면 마블링(지방 침체도) 상태와 육질(肉質) 등 품질은 호주산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 반품 소동이 빚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있다.

쇠고기 유통업체 D사의 축산 견적서에는 이번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1차분에 대한 13개 품목의 등급과 총 중량,판매 단가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예컨대 목심은 국산 한우 등급 기준 2등급에 해당하는 '초이스(choice)'란 등급 판정과 총 중량 2861.21kg,박스 수량 209개,kg당 판매단가 1만7000원 등으로 기재돼 있다.

등심과 차돌백이는 각각 kg당 3만4000원과 1만8000원.이들 가격은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됐던 2003년 12월에 비해 최고 30%가량 높다는 게 도매상들의 얘기다.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진 이유는 미국 내 공급 가격이 올랐기 때문.유세균 네르프 홍보팀 과장은 "한국 시장의 쇠고기 빗장이 풀리자 미국 현지 소 수출업체들이 앞다퉈 '소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소값이 계속 뛰고 있는 상황"이라며 "2003년에 비해 20%가량 오른 kg당 3000원의 항공 운송료와 현지 운송비 등도 이번 판매가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싼 만큼 품질은 기대치보다 못하다는 게 이번 물량을 받은 도매상들의 얘기다.
美쇠고기 '값 안싸고 품질도 별로…'
한 쇠고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주로 취급해 팔던 대형 외식업소 S사에 이번 미국산 물량이 흘러들어 갔으나 품질이 호주산에 비해 떨어져 전량 반송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며 "대부분의 도매상들은 향후 유통채널 확보 차원에서 1차 물량을 넘겨받았을 뿐 최종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호주산에 비해 맛 등 품질이 낫다는 평가를 받던 미국산 쇠고기가 혹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3년5개월간의 대한(對韓) 수출 공백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한국인 입맛에 맞춰 육질을 가공하는 '스펙' 기술이 퇴보했기 때문이다.

네르프 측은 "솔직히 국내 수요가 많은 샤브샤브용 목심과 차돌백이 등 몇 가지 품목의 마블링 상태가 약해 우리도 놀랐다"며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평균 근무연수 9개월인데 3년이 훨씬 넘는 공백기로 인해 한국 시장에 특화한 가공 기술자들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2,3차례의 수출을 통한 '스펙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쇠고기를 상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르프 관계자는 "6월 중 미국이 광우병 위험 국가에서 해제돼 한국에 대한 수출이 전면 재개될 때까지는 미국산의 대량 반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에서 다음 달 5000t가량의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올 것이란 얘기가 있지만 많아야 1000~1500t 정도밖에 들여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