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기지개를 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온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경기회복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설비투자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반도체 사무기기 등의 투자가 늘고 있는데다 기계수주도 활발한 데 힘입어 1분기(11.2%)는 물론 연간기준으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한다.

가전제품 자동차 같은 내구재 판매도 1분기 중 17%(전년 동기 대비)나 늘었고 도시근로자 가계 소득 역시 9.3% 증가해 2002년 2분기 이후 최고치다.

증시도 상승세를 줄달음치며 소비심리 회복을 부추기고 있으니 우리 경제가 선순환이 이뤄지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엔 아직도 무리가 있다.

우선 설비투자 회복세가 과연 추세적인 것이냐에 의문이 적지 않다.

최근의 설비투자 증가는 기업들이 경기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2000년 이후 투자를 하지 않았던 데 따른 반사효과에 불과할 뿐이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수준을 헤매고 있고 일자리 또한 거의 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내외 환경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달러당 920원대,100엔당 770원 선을 기록 중인 원화 강세는 여전히 기업 경쟁력을 옥죄면서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연일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물가불안을 자극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의 분위기를 실제 경기회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수출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적자수출 우려를 호소할 정도로 고평가돼 있는 원화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연하고도 체계적인 외환정책이 절실하다.

또한 만에 하나 가계발 금융불안이 현실화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도 경기회복을 위해선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