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建榮 < 고운세상피부과네트워크 원장 medilink00@naver.com >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것 같습니다."

3년 전 필자가 상하이에 합자형태의 병원을 개원할 때 상하이시 위생국 고위관리가 했던 이야기다.

공산주의 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중국이 아무리 시장 개방을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니.언뜻 모순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나 중국인들을 만나보면 역시 아시아의 상권을 쥐고 있는 '화교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상하이에 설립한 병원 업무차 중국을 자주 왕래하면서 만나본 상하이의 비즈니스맨들 또한 공산주의 국가답지 않게 합리적 마인드로 무장돼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중국 하면 '만만디(慢慢的)'를 떠올린다.

만만디는 행동이 꿈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린 비능률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늘날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만만디 정신과 절충할 줄 아는 중용(中庸)의 정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어떤가.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추진동력이었다는 장점도 있지만,제대로 준비될 때까지 좀처럼 기다리지 못하는 부정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조급함은 한 방에 대박을 노리는 고스톱 문화와도 일맥 상통한다.

'못 먹어도 고'라는 고스톱 정신은 절충 없이 확률적 위험부담을 떠안고 가는 것인데,중용과 사뭇 상반되는 개념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고스톱문화가 우리 국민성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앞선다.

중국에서 의대 교수로 있는 조선족으로부터 한국과 중국의 40대를 비교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현재 양국 사회경제 발전의 주축이 되고 되는 40대는 1980년대 치열한 학생운동을 겪었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지만,한국의 학생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좌익이념적 성격이 강했다면,중국의 1980년대 운동권은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우파적 색깔을 띠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적 차이와 함께 현재 양국의 경제 상황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지극히 주관적인 가설이지만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해석이기도 하다.

머지않아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과의 FTA 협상이 예정돼 있다.

이는 우리 농산물 등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돼 어떻게 하면 국가경제적 실익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해 벌써부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만디와 빨리빨리,중용과 고스톱 정신.세계와 경쟁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한번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