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지난 6년간 추진해왔던 '삼성식 시스템 경영'을 접고 '성과 경영'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채택했다.

'시스템 경영'은 2001년 김준기 회장이 동부의 경영 전반을 혁신하기 위해 삼성그룹의 앞선 프로세스를 배우자며 추진한 전략.이 전략에 따라 동부는 매년 삼성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해왔다.

동부는 그러나 최근 시스템 경영의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올해부터 '앞선 제도'와 '성과창출'을 새 혁신전략으로 추진키로 했다.



◆시스템 경영→성과창출 경영

동부그룹 고위 관계자는 10일 "최근 그룹 경영혁신회의에서 '시스템 경영'이란 용어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앞선 제도를 통한 성과창출'을 새 전략으로 삼아 가시적인 수익을 내는 데 주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시스템 경영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의 혁신'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현장에서의 자발적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동부그룹의 '시스템 경영'을 주도한 인물은 지난해 말 퇴직한 이명환 전 ㈜동부 부회장이었다.

삼성SDS 사장 출신인 이 전 부회장은 2001년 동부로 자리를 옮긴 뒤 ㈜동부를 중심으로 계열사에 시스템 경영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동부의 체질개선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명하달식 조직문화''기존 조직과의 불협화음' 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체질 개선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대두됐다.

동부는 이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시스템 경영' 대신 현장에서의 성과를 창출하는 혁신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올초 ㈜동부 소속이던 신해철 부사장과 조의제 부사장을 각각 제조분야와 금융분야 CIO(최고 혁신책임자)로 내려보냈다.


◆삼성인재 수혈 전략도 변화

'시스템 경영' 전략 수정에 따라 동부가 수년째 계속 추진하고 있는 삼성 출신 인재 영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동부는 이명환 전 부회장 주도하에 그동안 삼성 출신들을 대거 영입했다.

시스템 경영을 체득한 삼성 출신을 수혈함으로써 단기간에 기업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조영철 현 동부CNI 사장(전 삼성그룹 인사팀장) 등 삼성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이 동부로 대거 스카우트됐다.

전체 250명 수준인 동부의 임원 중 삼성 출신이 100여명이나 차지할 정도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스템 경영을 안착시키기 위해 삼성 출신 인재가 있으면 누구나 데려왔다면 앞으로는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가형 인재 영입을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김 회장은 최근 "동부화재의 김순환 사장이 외부 전문가로서 혁신을 성공시킨 모범사례"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삼성화재 출신으로 2004년 동부화재로 옮긴 뒤 현장에서의 혁신 경영을 통해 2004년 2조770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3조7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삼성 출신의 이론가형 인재보다 현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