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나 로저 엔리코,빌 게이츠,스티브 잡스,앤디 그로브 같은 쟁쟁한 CEO들이 문제에 부닥칠 때 너나없이 SOS 신호를 보내는 곳은 광고대행사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가 가진 통찰력 때문이다.

그들은 이것 하나를 사기 위해 수천만달러의 돈도 아끼지 않는다."

2002년 미국의 잘나가는 광고회사 BBDO의 크리에이티브 CEO를 은퇴한 필 듀센베리는 '천만불짜리 아이디어'(노지양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자신의 광고인생 40년을 이렇게 요약한다.

듀센베리는 전세계 광고업계에서 존 케이플즈와 오길비의 뒤를 잇는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인물.GE의 '우리는 삶을 유익하게 만듭니다',비자카드의 '비자,당신이 가고싶은 곳 어디나 함께 합니다' 등 명작 카피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의 광고는 매우 강렬하고 심플해서 10~20년씩 틀고 또 틀어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장수(長壽)카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 책이 광고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 이야기다.

그의 광고들이 탄생한 과정과 노하우를 들려주면서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의 중요성과 덕목을 강조한다.

그리고 통찰력이 광고인의 생명선이며,이를 터득하는 방법만 이해한다면 어떤 비즈니스든 '운명을 움직이는 운전대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가 될 거라고 암시한다.

그는 광고업을 '유사경제'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광고는 고만고만한 것들 틈바구니에서 튀어야 산다.

통찰력은 일회성인 아이디어들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할 뿐 아니라 한순간에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들고,거기에서 나온 카피는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멋진 통찰력은 자유분방함에서 생긴다고? 천만에. 저자는 제대로 된 광고회사일수록 엄격한 룰과 업무 프로세스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통찰력의 기회는 대부분 광고업무의 기초인 리서치 단계에 찾아오는데 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조언하는 '나와 다른 남의 방식을 수용하라''남과 경쟁하지 마라''본능에 충실하고 이성은 나중에' 등 18가지 가이드라인은 그가 늘 부하직원에게 강조하던 원칙이다.

탁월한 통찰력은 대통령도 만들어낸다.

1984년 레이건 재선캠프의 홍보전략팀을 맡은 저자는 '쟁점없는 선거'의 전략짜내기에 부심하던 중 레이건의 방문을 받았다.

"여러분이 비누를 판다는데 그 비누를 직접 보여드리려고 왔습니다." 레이건의 통쾌한 통찰력은 '정책이 아닌 인물을 판다'는 전략으로 구체화됐고,레이건은 재선에 성공했다.

256쪽,1만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