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반 사무실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리는 파티션(가리개)이 유난히 높고 많다.

직위가 높은 상사라도 부하의 사무 공간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오랜 중국 특파원 생활과 학문적 연구로 중국에 천착해온 유광종씨(46)가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크레듀)라는 책을 통해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중국인들의 담 쌓기는 자기중심적 내향성 구조의 전형이라고 해석한다.

담장 안에서 외부의 위험을 피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감추고 뭔가를 재보면서 꾸민다는 것.중국인들은 마음 속에도 겹겹이 담을 쌓아놓고 있어서 물건을 팔 때 판매가격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당신은 얼마 내겠소?" 하고 떠본다고 한다.

이런 중국인의 담 쌓기는 건축 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돼 일반 주택부터 궁궐까지 겹겹의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고,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에도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담장이 확실하게 들어선다고 한다.

'담의 문화'는 또한 거대한 중화주의를 낳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담장 안에 모든 것을 완비하고 '내가 세계의 모든 것'이라는 '천하(天下)'의 관념으로 주변 나라와 문화를 통합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1780년 사절단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연암 박지원은 '3리마다 성(城)이요,5리마다 곽(廓)이다"라며 의문만 제기했을 뿐 답은 찾지 못했던 모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게임과 도박으로 머리 싸움을 즐기고 권모술수에 능하며 모호한 '회색 언어' 속에서 따져보고 저울질하는 중국인들의 특징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몇 가지 인상과 체험으로 중국을 재단하지 말고 중국 문명의 전통에서 깊이 우러나오는 사고와 행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20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