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종업원 보복 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침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세 시간에 걸친 영장심사 직후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을 연 뒤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벌린 것 같다.

소양이 부족하고 부덕한 저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모든 경제인들에게 폐를 끼치고 오해를 사게 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국민께서도 다른 기업인들은 진짜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저처럼 어리석은 아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후회의 심경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오전 10시30분보다 13분가량 일찍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영장심사는 예정보다 10분 늦어진 10시40분부터 시작됐다.

짙은 회색 양복 차림을 한 김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이라고 입을 열었으나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말을 맺지 못했다.

그는 혐의를 시인하느냐는 질문에는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말한 채 검색대를 거쳐 영장실질심사 장소인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으로 향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자신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마음고생을 한 탓인지 다소 지쳐 보였다.

김 회장은 앞서 오전 9시43분께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진모 경호과장과 함께 굳은 표정으로 서울 가회동 자택을 나섰다.

일찌감치 몰려든 취재진 30여명을 의식한 듯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대문 밖으로 나온 김 회장은 한 시간 전부터 집앞에 대기 중이던 경찰의 승합차에 곧바로 탑승했다.

자택 앞에는 한화그룹 직원 10여명이 9시께부터 와 있었으며 이들은 사설 경호원들과 함께 대문 10m 앞에 위치한 경비실에서부터 기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영장심사에는 김 회장의 변호인으로 서울행정법원장을 역임한 우의형 변호사와 김앤장의 오세헌·황정근 변호사가 참석했다.

법원은 두 사람을 나눠 김 회장을 먼저 심문한 뒤 진 경호과장을 심문했다.

김병일/박민제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