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배수진'을 쳤다.

그는 11일 자신이 제안한 경선 룰 중재안이 1차 관문인 상임전국위원회(15일)에서 수용되지 않거나,대선주자 간 합의가 안되면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불출마를 시사하는 등 강수를 두고 나온데 대해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승부수 던진 강 대표

강 대표는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더 이상 경선룰 논란으로 당이 혼란에 빠져서는 안된다.

정권 교체가 이뤄질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대표 및 국회의원직 사퇴 각오를 밝혔다.

나 대변인은 "강 대표가 합의정신과 명분에 따라 사심없이 중재안을 만들었는 데도 분란사태로 가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과 당의 화합을 위해 경선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라고 판단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가 이렇게 승부수를 던진 것은 당의 분란이 계속될 경우 자신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쇄신안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중재안은 박 전 대표 측이 각각 제동을 걸면서 "대표가 대선 주자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강 대표는 "내가 옆집 똥개도 아니고…"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극적 타결을 보지 않고 강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양 대선 주자는 '자기 사람'심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당은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8월 경선 실시는 사실상 어렵게 되고,양 대선주자 중심으로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주말이 고비

강 대표의 입장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의원은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것 같다.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을 어떻게 받으라는 것이냐"며 중재안 수용 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 측이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수용을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박 전 대표 캠프 내 중진들은 중재안이 상임전국위에서 상정되지 않도록 위원들과 '맨투맨'식 접촉을 벌였다.

이 전 시장 측도 상임전국위 위원들을 상대로 세점검에 들어갔으며,표 대결이 벌어졌을 경우 승리를 자신했다.

이런 가운데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막판 타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말을 계기로 중재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