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 0.08%P, 1년8개월간 1.83%P 급등

1억 대출자 연간 이자부담 183만원 증가..경기 위축 우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주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자 폭탄이 현실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1년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대출금리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서민 가계는 물론 국내 경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주택대출금리 급등세 =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주 주택대출금리를 지난주 보다 0.02%포인트 높은 연 5.73~7.33%로 고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도 5.92~7.42%와 6.02~7.12%로 지난주초보다 각각 0.02%포인트 높아졌고 하나은행도 6.12~6.82%로 0.02%포인트 높였다.

농협과 외환은행도 5.82~7.02%와 6.13~6.98%로 0.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 주택대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달 22일까지 5.65~7.25% 수준이었지만 지난 2월15일 이후 두달간 4.94%에 머물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달 17일 이후 상승세를 재개한 영향으로 최근 4주간 0.08%포인트 급상승했다.

시장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2005년 8월말 5.50%에 비해서는 대출 최고 금리가 1.83%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주택대출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의 상승폭 1.51%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CD 금리 상승폭 외에 은행 자체적인 금리 감면폭 축소분과 가산금리 인상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택대출 금리 상승은 은행 수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1년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지난달말 수준인 218조2천686억원을 유지만 하더라도 은행들은 1.83%포인트의 금리 상승 영향으로 앉아서 연간 4조원 가량의 이자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

지난달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은행권 주택대출은 이달에도 4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집계가 시작된 2001년1월 이후 6년4개월째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주택대출 규모는 10일 현재 144조116억원으로 전월보다 1천265억원 증가했다.

◇ 서민들 `악'..경기 침체 우려도 = 은행들의 이자수입 증가는 서민들의 비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특별한 금리 우대를 받지 못한 채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 받았다면 향후 금리가 추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연간 이자부담이 183만원이나 늘어난다.

한 시중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대출 고객 4명 중 1명이 1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4주간 대출금리 상승폭이 0.08%포인트로 지난 1월18일 이후 넉달간 오름폭과 맞먹는 등 최근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서민들에게 단기적인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외화차입 규제와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상향조정 등으로 앞으로도 주택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계의 이자비용 증가가 가처분 소득 축소로 이어지며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금리가 1% 오르면 소비지출을 0.4%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당장 소비가 나빠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대출 금리 상승이 향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위원도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변동금리부 담보대출을 받은 개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 규모 등에 따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르겠지만 금리 상승이 마이너스 효과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CD 금리 대표성 의구심 = 최근 주택대출 금리의 상승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 금리 상승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CD 금리의 오름세가 시장 금리 추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기준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CD 금리는 국민.신한.하나.

한국씨티은행 등 4개 은행이 발행하는 91일물에 대해 10개 증권사의 제시 수익률 중 상하 2개씩을 뺀 6개를 단순 평균해 결정되고 있다.

이에따라 몇몇 은행들이 수신을 늘리기 위해 CD 발행을 경쟁적으로 확대할 경우 CD금리와 함께 주택대출 금리까지 급등할 소지가 있다.

2005년 8월말 이후 CD 금리의 상승폭은 1.51%포인트로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 상승폭 1.11%포인트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유동성 부족으로 지급준비금 적립 마감일에 일시 급등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도 종종 보이고 있다.

코리보나 통안증권 단기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 코리보 연동대출을 실시하고 있는 은행은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에 불과한 실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D 발행 규모와 금리가 은행의 자금 수급사정에 좌우되고 있어 시장 실세금리 사정과 달리 왜곡되기 쉽다"며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금융기관들간 가격 담합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