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주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동차 분야까지 포함될 경우 한·미 FTA는 중대 위기에 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와 관련한 미 의회 요구에 대해선 미 행정부조차 일부 의원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 역시 일축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노동 환경 등 미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선 수용 여부와 관계 없이 득실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 의회의 비준을 이끌어내려면 재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일부 의원,"차도 재협상"
1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미 하원 세출위원회의 찰스 랑겔 위원장과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은 지난 10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과의 FTA는 미 행정부가 다뤄야만 할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며 "자동차 공산품 농업 및 서비스 시장에서의 체계적 장벽 문제가 다뤄져야만 할 것"이라고 예시했다.
이 서한은 미 정부가 페루 파나마와 맺은 FTA 합의안 중 바꿔야 할 부분을 나열하면서 한국에 대해선 '주석(note)'을 통해 자동차 조항 등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중심지인 미시간주 출신의 레빈 의원과 '오토 코커스'(미 의회 내 자동차 모임) 공동 의장인 랑겔 의원 등의 개인적 주장으로 행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지난 3월 초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 차의 수출 증가분만큼만 한국 차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주자'는 등의 비상식적 요구를 했으며 미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모든 품목을 개방하지 말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무리한 요구"라며 "자동차를 재협상한다면 이는 미국이 꺼리는 섬유,우리가 양보한 농업 등도 다시 다루자는 얘기인 만큼 협상을 깨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노동.환경,'선언적 의미' 불과
자동차의 경우 재협상 가능성은 없지만 노동 환경 등 미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사항은 문제가 다르다.
정부는 조만간 미국이 구체적 요구를 해 올 것으로 보고 세부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재협상을 제안해 오면 그 때 판단해 결정하겠지만 실제 노동 환경 분야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 의회 요구의 핵심은 저임 노동이나 환경 보호를 하지 않는 개도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노동 분야에서 협정 상대국에 결사의 자유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5개 기준을 이행토록 요구하기로 했지만 현재 ILO의 5개 기준과 관련된 8개 협정 중 한국이 4개를 비준했으며 미국은 2개만을 비준,한국의 노동 기준이 더 높다.
또 환경은 7개 국제환경협약 의무를 이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7개 협약을 모두 비준하고 있다.
또 노동 환경 의무를 위반할 경우 무역 보복까지 가능한 일반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 환경은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 어려워 보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의약품의 경우 복제약 제조 판매를 쉽게 하는 등 타결된 한·미 FTA 조항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슈워브 대표는 "페루 콜롬비아 등과는 의약 분야를 협상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부 조달,항만 안전 등의 분야는 규제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진출이 까다로워진다고 볼 수는 있지만 실제 한국을 겨냥한 조항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