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정부는 획기적인 방침을 내놨다.

"이땅 청소년을 더 이상 군국주의의 유산이자 획일주의의 상징인 교복에 가둬둘 수 없다"는 발표였다.

당시 정권의 치적으로 여겨졌던 교복 자율화는 그러나 곧 반론에 부딪쳤다.

"없는 집 자식은 어쩌라고"와 "중·고생의 일탈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91년 교복은 부활했다.

교복과 군복으로 대표되는 제복(유니폼)은 이렇게 양면성을 지닌다.

유니폼(uniform)이란 라틴어 우누스(unus:하나의)와 포르마(forma:형태)의 합성어.그러니까 제복이란 똑같은 옷이라는 틀을 통해 비조직원에겐 신분 내지 위상을 알리고 조직원에겐 평등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사고와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소속원을 하나의 테두리로 묶는다는 점에서는 어느 유니폼이나 다를 바 없지만 이미지에 따라 어떤 것은 순응성,어떤 것은 신분이 더 강조된다.

기업이나 기관의 직원 유니폼 착용을 놓고 소속원 사이에 좀처럼 합일점이 도출되지 않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우 유니폼을 없애는 쪽이 대세다.

직급에 따른 유니폼 착용에 차별적 소지가 있고 비조직원에 대한 위상 면에서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항공사 유통업체 등 서비스 업종의 경우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되도록 실용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여성의 경우 치마와 바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구겨지는 블라우스 대신 편안한 니트를 선정하는 곳도 늘었다.

CJ CGV가 현장 근무자 유니폼을 없앤데 이어 롯데그룹도 다음 달부터 자율복장제를 확대 실시하면서 여직원 유니폼을 자율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경우에도 의복 구입비 부담 등을 이유로 그냥 두자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교복자율화의 부작용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기업의 유니폼 문제는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

해당기업의 필요와 당사자 및 소비자 반응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따라 해결할 일이지만 채택하는 경우 당사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과 소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