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가끔 강의 중에 던지는 질문이 있다. ‘왜 사세요?’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비슷한 질문을 직장인들에게 한다. 회사를 왜 다니시나요?’ 뜨아한 눈초리를 받을 것이다. 쓸데없는 질문일까? 아니다.

무엇을 위해, 왜 직장생활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는 자주 던지지 않는다. 아니, 잘 떠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의식 한 구석에 눌러 숨겨 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매일같이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조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원동력과 삶의 방향을 확인시켜 주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분명 돈을 벌기 위한 곳이다. 하지만, 이 답은 마치, ‘먹기 위해 산다‘라는 말과 같다. 더 멋있게 답을 할 수도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 스스로도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누구나 조직에서 성공하고 또 살아남고 싶어한다. 이것의 비법이 바로 이 질문 속에 있다. 이 질문은 바로 자신의 삶의 가치와 조직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들이 일치할 수 있는가? 공자님 말씀 같다면, 다음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열정과 패기를 갖춘 인재로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 조직도 업무와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운다. 이 과정에서 조직인의 덕목으로 ‘조직의 핵심가치를 알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연결시킨다’라는 것을 배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것을 알지만 이것의 내용에 대해 오해한다. 그것은 바로 조직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계명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조직의 핵심가치란 액자처럼 걸려 있다. ‘미션’ 또는 ‘비전’이라는 제목의 멋진 단어들이다. 하지만, 조직 속의 개인의 일상 행동과 그리 관련이 없다. 사실, 조직 내의 업무 수행, 의사결정, 인간관계에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 지를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니, 확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직가치가 개인의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내 마음과는 다르게’, 또는 ‘조직의 압력’, ‘조직의 쓴맛’만 남는다.

인간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위해 에너지를 쓴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개인의 가치이다. 그리고, 이 가치는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이 가치가 바로 나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에 조직의 가치는 바로 나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한 지, 조직 속에서 나의 가치가 어떻게 구현되는 지를 잘 모른다. 그냥 할 수 없이 다니는 직장이 아니라면, 아니 그렇다면 더욱 물어 보아야 한다. 나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조직의 가치는 나의 가치와 어떤 연관이 있는 지 말이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꿈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조직에서 성공했던 비법이다.


초청 칼럼니스트 프로필 및 저서소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한국가족학회 이사, 한국심리학회 산하 발달심리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심리학을 대중문화, 온라인 게임, 소비자 행동, 광고, 디자인, 이미지 등의 주제와 연결시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새롭게 설명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는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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