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선두다툼을 벌이는 SK텔레콤과 KTF가 글로벌 자동로밍 서비스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이 'T자동로밍 100개국 돌파'란 내용으로 광고를 내자 KTF가 '과장'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KTF 주장은 이렇다.

SK텔레콤 광고대로 자동로밍 국가가 100개를 돌파했다면 어느 나라에서든 국내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은 100개국 자동로밍이 가능한 휴대폰이 삼성전자 '월드로밍폰'(모델명 SCH-V920)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KTF는 SK텔레콤 광고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월드로밍폰은 영상로밍이 불가능한 2세대 폰이다. 그럼에도 마치 100개국에서 영상로밍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102개국 사업자들과 자동로밍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리는 광고"라며 "KTF가 자동로밍 국가 수에서 뒤지자 일부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통신업계에서는 KTF가 3세대 시장의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로밍 시장을 잠식하자 SK텔레콤이 견제에 나선 것 같다고 해석한다.

SK텔레콤은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주파수 이점을 앞세워 자동로밍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하지만 똑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3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현재 3세대 자동로밍이 가능한 국가는 SK텔레콤과 KTF 모두 30여개국.유럽식 2세대 이동통신(GSM)을 포함하면 SK텔레콤이 102개국으로 KTF(80개국)보다 많다.

다만 SK텔레콤 가입자는 월드로밍폰이 있어야 102개국 자동로밍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KTF는 자동로밍 3세대폰을 3종 갖췄다.

삼성 'SPH-W2500',LG 'KH1200',팬택 'U-5000' 등이다.

세 모델은 3세대 전용이지만 유럽식 2세대 이동통신 모듈을 탑재하면 로밍이 가능하다.

KTF 관계자는 "우리도 이달 중 자동로밍 국가를 100개로 늘린다"며 "실제 자동로밍이 가능한 국가는 우리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