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英凡 < 한성대 교수·경제학 >

노동조합 설립 가능 범위를 초·중등 교원에서 고등교육기관(대학) 교원(교수)으로 확대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찬반논란이 뜨겁다.

교수노조의 합법화와 관련된 가장 큰 법적 쟁점은 교수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법외노조인 교수노조를 설립하고 합법화를 요구해 온 측은 교수들이 일반 노동자와 다름이 없으므로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자를 '근로자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형식논리로 보면 교수도 근로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교수를 근로자로 볼 수 없는 것은 교수의 업무 특성상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행정조직이 외형상 총장,학장,학과장,교수들로 내려오는 구조인 듯하지만 총장을 포함해 보직교수들이 일반 교수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하고 있지 않다.

학과교수들 간의 협의 내지 합의에 의해 담당 교과목이 정해지고 강의내용도 담당교수가 전적으로 결정한다.

새로운 교수들을 충원할 때도 해당 학과 교수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

신규 교수의 충원 필요성도 학과교수들이 결정하고 학과 교수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수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학사회의 오래된 관행이자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교수들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일 주일에 6시간 내지 9시간의 학칙에 정한 기본 시수(時數)를 가르치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연구업적을 내는 것이다.

만약 교수노조가 허용되면 학생을 제외한 대학의 구성원은 모두 노조원이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 직원노조가 결성돼 있고 사용자적 위치에 있는 총무과장이나 경리과장도 노조원이며 그 직위를 담당하는 기간에만 노조원의 자격이 정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학장이나 학과장도 보직개념이므로 노조가 허용되면 보직이 없는 교수가 노조활동을 하다가 학장직을 맡으면 노조활동을 일시 중지하고,학장에서 물러나면 다시 노조원이 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내부인사가 총장이 되면 사용자의 위치에 섰다가 총장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교수직으로 복귀해 노조원이 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교수노조가 허용되고 대학에서 단체교섭이 이뤄진다면 결과적으로 노조원들끼리 단체교섭을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교수노조가 불허돼야 하는 보다 큰 이유는 대학이 정치의 장(場)으로 더욱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총장이 되기 위해서 교수들에게 선거운동을 하고 총장이 되면 승리에 기여한 교수들에게 보직을 전리품으로 나눠주는 우리 대학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논문표절 시비로 얼마 전에 자리에서 물러난 모대학 총장의 사례에서 잘 볼 수 있었다.

노조는 정치적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교수노조가 허용되면 우리 대학사회는 선거로 뽑힌 총장,교수노조위원장,그리고 직원노조위원장 간의 세력과 권력다툼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대학은 현재 가장 경쟁력이 없는 집단 중 하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의하면 2006년 현재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50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 대학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변화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교수노조는 대학의 자기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교수노조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은 서민가계에 고통을 주는 비싼 등록금,비리 사학(私學)과 같은 대학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수노조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 기득권 계층인 대기업 근로자를 보호해온 우리나라 민주노동운동의 지난 20여간의 궤적에서 보듯이 교수노조도 결국은 일부 경쟁력 없는 교수들의 집단이익 방어에 최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