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이 진로 재상장을 위해 추진해온 진로재팬 매각 계획을 접고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지난 주말 도쿄에 있는 진로재팬 본사에서 계열사 사장과 주요 임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경영 전략회의"를 갖고 "진로재팬은 일본에 진출한 가장 성공적인 한국기업 중 하나"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진로 재상장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진로재팬의 매각계획을 철회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주요 임원들이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도쿄에서 전략회의를 주재한 데 대해 "하이트·진로그룹이 진로재팬을 거점으로 일본 등 주요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상징적인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회의에서 "글로벌 역량 강화는 해외사업부만의 일이 아니라 마케팅 등 전 내부사업 역량이 해외로 전달돼야 가능하다"며 "근시안적인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 전쟁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기반으로 세계 주류시장 패권에 적극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주류시장의 한계를 넘어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화는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글로벌사업이 결실을 맺도록 모든 신제품 프로젝트를 구상단계에서 국내와 해외시장을 함께 고려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일본시장 공략 계획과 함께 폭발적인 잠재수요를 지닌 중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법인 진로차이나(가칭)를 연말까지 설립키로 확정했다.

올 가을에는 중국 현지에서 그룹 글로벌경영회의를 열기로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