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厚珪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 >

며칠 전 골드만삭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애비 코엔은 다우지수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연말까지 14,00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발행금액의 수십 배가 넘는 매수주문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의 부실에 따른 모기지담보채권(MBS) 가격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시장에서는 발행물량의 2~3배에 달하는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2001년 11월 이후 5년 이상 호황(好況)을 지속한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금년 들어 현저히 둔화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경기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물론 고성장을 구가하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및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서도 주가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시 호황은 실물경기 상황을 훨씬 앞서 나가는 것으로 다분히 '유동성 장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11 테러 이후 디플레 불황을 막기 위해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과감한 금리 인하에 나섰으나 저금리 시기가 길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부동산 가격도 폭등하는 등 부작용(副作用)이 나타났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글로벌 유동성은 남아돌고 있다.

최근 전세계 외환보유액은 5조달러를 넘어섰다.

헤지펀드의 고객수탁자산 규모도 1조500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펀드들에도 풍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해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또 장기간 지속된 고유가를 배경으로 산유국(産油國)의 오일달러가 작년에만 50%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배경으로 실물경기를 앞서가는 금융호황에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인가?

먼저 투자자들의 높아진 위험선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2001~2002년만 해도 정크본드와 미국 정부채 간에는 9~10% 포인트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형성됐으나 최근엔 10년 만의 최저수준인 3% 포인트를 밑돌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 정크본드의 부도율이 작년 1.3%로 최고수준인 4.5%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데다 정교한 신용파생거래를 이용한 신용리스크 헤지가 용이해진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의 과도한 신용스프레드 축소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아울러 금융부문의 높아진 레버리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3년만 해도 헤지펀드들의 전체 투자자산은 고객수탁금의 1.5배 정도였다.

작년엔 공격적인 자금차입으로 2.5배로 높아졌다.

사모펀드들도 기업매수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발하게 활용해 차입(借入) 규모가 2002년의 515억달러에서 작년엔 3173억달러로 늘어났다.

월가 4대 투자은행들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도 2002년의 21.9에서 2006년에는 25.5로 높아졌다.

또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증권사 차입규모가 2932억달러로 늘어나 2000년의 하이테크 버블 당시의 수준을 3개월째 넘어섰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주(州)정부 공무원연금 등도 최근에는 일부 파생금융거래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파생금융거래를 활용하는 레버리지들은 기초자산가격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전통적인 차입에 비해 훨씬 많은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위험이 매우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앞으로 시장상황이 크게 바뀔 때 레버리지의 만연이 과연 얼마나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많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호황국면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언제든 반전(反轉)될 수도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해외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호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