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선전을 위해 '외조(外助)'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에게 대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페이스를 잘 조절하고 있는지 조언해주는 정도에 그쳤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의 선거캠프에서 점점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13일자로 보도했다.

막후에서 힐러리의 선거 전략을 총지휘하고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한번에 10만~20만달러를 거뜬히 유치하는 등 두 번의 대선에서 얻은 경험을 아내를 위해 풀어놓고 있다.

빌 클린턴은 새로운 지지자들을 모아 힐러리 캠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최근 열린 모건스탠리 모임에서 그는 선거자금 기부자 60명에게 힐러리의 이라크 정견과 내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망을 소개했다.

또 학생 때 힐러리의 모습과 정치인 힐러리의 활동을 담은 5분짜리 비디오물에서 아내 힐러리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제리 런더건 미국 켄터키주 민주당 의장은 "민주당원들은 전 대통령의 말을 귀기울여 듣기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의 대선 운동에서 커다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혹시 모를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원들은 르윈스키 스캔들 등 빌 클린턴의 약점을 아직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빌 클린턴의 협력은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당초엔 빌 클린턴이 힐러리 선거캠프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직접 참모들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기로 했었는데 이게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대통령 역사가인 더글라스 브링클리는 "분명 빌은 힐러리를 도울 수 있지만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