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9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라면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대일 수출은 물론 해외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원60전 떨어진 924원10전에 마감했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3시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0.32엔 상승한 달러당 120.20엔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을 엔·달러 환율로 나눠서 계산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768원60전으로 4원43전 하락했다.

이는 1997년 10월24일 762원64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0전 하락한 926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926원40전까지 올랐으나 역외세력의 달러화 매물이 들어오면서 한때 923원90전까지 하락했다.

이후 저가 인식 매수세력이 등장하면서 924원 선으로 복귀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엔·달러 환율이 특별한 재료 없이 달러당 119~120엔 선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시장 수급상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엔 환율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의 원화 수요를 늘려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외환시장의 수급이 지난 주말부터 달러 공급 우위로 변했다"며 "며칠간 달러를 매수하며 환율 상승세를 이끌었던 역외가 반대로 움직이면서 상승 탄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권우현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팀 과장은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내다 판 데다 일부 당국의 개입을 기대하고 움직였던 세력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밀렸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920 선이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엔·달러의 경우 지속적인 반등은 아니더라도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엔 환율도 765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