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당 대선 경선 룰 공방의 분수령이 될 1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양측의 대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상임전국위를 하루 앞둔 1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타협,양보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 중진들이 중재에 나섰지만,아직까지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강재섭 대표가 상임전국위에서 중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대표·의원직을 내놓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지도부 와해는 시간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 李측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

이 전 시장 측은 이날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며 '정면돌파'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 측이 끝내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의 공식 절차에 따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강경전략이다.

한 때 캠프 내부에서는 '또 한 번 양보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지난 13일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고 일축한 데 이어 대표적인 온건파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조차 "더이상 양보는 없다"고 밝힘에 따라 '양보론'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지금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다시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의원은 15일 열리는 상임전국위와 관련,"중재안이 최고위원회 의결로 상임전국위에 넘어가면서 자동상정됐다"면서 "김학원 전국위 의장이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직무를 유기하는 게 된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상임전국위에서 박 전 대표 측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그건 (충돌을) 일으킬 사람들이 고민할 문제로 우리는 정상적인 표결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시 당원협의회 당원교육 행사에 참석,인사말을 통해 "저는 한나라당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늘이 두 쪽 나도 한나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선 룰 공방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는 "저는 오늘 어떤 말도 할 말이 없다","잘 모르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 朴측 "원칙의 문제…양보사안 아니다"

3일 만에 공식일정을 가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강경했다.

그는 이날 수원에서 가진 당원간담회에서 강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에 대해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문제이지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재안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법위에 떼법이 있다더니….사당같이 특정인의 생각에 따라 당원들이 만든 룰을 바꾸는 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요구한 것도 헌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며 "원칙과 약속과 룰은 누구나 예외없이 지켜야지 상황과 사정이 바뀌었다고 함부로 내 맘에 맞게 고친다면 그게 무슨 룰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가면 정말 한나라당에 나쁜 불행한 선례를 남길 것인 만큼 단순히 경선 룰이 아니라 당의 미래를 생각할 때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 체제 와해까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 관련,박 전 대표는 "공당의 대표라면 당헌 당규를 지킬 의무가 있는데,그러지 못하고 중재안을 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합의한 것을 깨서 일방적으로 내놓은 거니까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 전 시장 측이 양보를 요구한 데 대해선 "합의된 것을 깨고 다른 것을 하자는 것에 양보라는 단어를 쓸 일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15일 상임전국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선 "가정하고 대답하지는 않겠다"고 피해갔다.

홍영식/노경목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