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밥풀까지 깨끗하게 씻어

대형 자동 식기세척기 국산화 뿌듯"

"몸에 마비가 올 정도로 마음 고생을 하면서 기업을 일궈온 게 전부인데 뜻하지 않은 큰 상을 받아 너무 기쁩니다."

대양에스티 강정구 대표(60)은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7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형 급식시설용 자동 식기세척기를 국산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회사는 국내 대형 급식시설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강 대표는 자동 식기세척기를 개발하던 중 풍(風)을 맞아 심한 고생을 했다.

그 와중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원들과 함께 자동 식기세척기를 개발한 억척 CEO다.

오전에 생산현장과 기술개발실을 둘러보고 오후엔 2002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에 나가 조합 업무를 챙기고 다시 저녁엔 회사로 돌아와 밤 9시까지 회사업무를 마감하는 게 강 대표의 하루 일과다.

강 대표는 1989년 주방기구 생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솥 싱크대 밥솥 작업대 등을 만들어 식당에 공급했다.

강 대표가 대형 급식시설에서 사용한 자동 식기세척기에 관심을 가진 것을 1991년. 강 대표는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해온 자동 식기세척기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국산화하겠다는 각오로 연구개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1년6개월여 동안 5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이 제품은 크기가 5∼6m나 되는 일체형인 일본 제품과 달리 조립식이어서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일본 제품과 달리 밥공기에 말라붙은 밥풀까지도 깨끗이 세척하는 등 기능면에서도 일본제품을 능가했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는 자금압박에 시달려 1992년 풍으로 쓰러져 몸이 마비가 되면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 때 '다시는 자금으로 고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사업을 해 2000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해오고 있다.

고생 끝에 기쁨이 온다고 했던가.

1993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급식이 본격화되면서 자동 식기세척기의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강 대표는 "초기엔 수작업으로 일일이 생산하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품질도 일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강 대표는 독자기술로 금형을 만드는 한편 세척력을 높이고 살균에서 건조까지 가능한 제품을 개발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특히 지난해 2년 동안 2억여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병원용 자동 식기세척기는 현대아산병원과 중앙대 경희대 병원 등에 설치했다.

이 기계는 작고 종류가 많아 일일이 수작업으로 세척작업을 해야 하는 병원용 그릇을 와류현상을 이용해 자동으로 이동·세척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올 연말까지 스테인리스 그릇도 같은 방식으로 하는 식기세척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접시나 공기 등 어떠한 형태의 그릇도 쉽게 세척할 수 있으며 그릇에 말라붙은 밥풀까지도 깨끗이 씻을 수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수입제품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식생활 문화와 비슷한 동남아 지역에 자동 식기세척기를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이사로 2004년 3월부터 최근까지 협동조합 기능활성화 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 장애인복지원 노인복지요양원 등을 매년 후원하는 등 사회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