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최근 들어 개인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신용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중단하거나 축소했던 개인 신용대출 사업을 재개한 것은 자금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HK저축은행은 카드사태 이후 중단했던 개인 신용대출 상품을 5년 만에 다시 출시하고 다음 달부터 케이블방송 광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출 한도는 4000만원까지이고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8~56%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PF분야 신규 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져 자금을 개인 신용대출 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저축은행도 자체 개인신용평가 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 구축 작업을 마치고 2002년 중단했던 신용대출 상품을 7월 중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 신용대출 사업을 지속해 온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 영업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최근 개인 신용대출 상품인 '알프스론'의 최저 금리를 8.5%에서 6.5%로 크게 낮췄다.

6%대 금리는 은행권과도 경쟁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이다.

또 대출 한도를 시중은행만큼 올려 은행권의 우량고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이 저축은행은 인터넷과 케이블방송 광고 등으로 신용대출 고객층을 넓혀 지난해 말 833억원이었던 '알프스론' 대출액을 4개월 만에 1051억원으로 218억원 늘렸다.

자산 기준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도 최근 들어 개인 신용대출 사업을 강화하며 지난해 말 786억원이던 '와이즈론' 대출 규모를 4개월 만에 956억원으로 불렸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30명 미만이던 신용대출 담당 인력을 최근 150명 규모로 확충했다.

또 신용대출 최저 금리를 조만간 10%에서 8%대로 대폭 인하할 방침이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신용대출 시장에 역점을 두고 인력 및 조직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의 규모가 과거보다 커져 소액 대출만으로는 수조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데다 자칫 개인 신용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액대출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하태원 과장은 "과거에는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대출이 부실화됐지만 최근 들어 고객층이 넓어진 데다 저축은행들의 신용평가 능력이 향상돼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부실 우려 지적을 일축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