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선 룰 싸움 과정에서 정반대의 이미지를 심었다.

박 전 대표는 '원칙 고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이 전 시장을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인파이터'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이 전 시장은 직접적 대응을 피한 대신 참모들이 전면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시장과 상당한 지지율 격차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에 충실하겠다.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던 그는 올해부터 확 달라졌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목소리의 톤도 높이는 등 거침없는 '전투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경선 룰과 관련,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좋을 게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원칙의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지난 4일 대표-대선주자 간 회담에서 이 전 시장은 경선 룰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박 전 대표가 이 문제를 직접 꺼냈다.

이후 "원칙을 훼손하면 안돼…"등의 말을 집요하게 던지며 이 전 시장을 압박했다.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한발 물러선 것을 두고,"양보가 아닌 원칙론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달리 이 전 시장은 경선 룰과 관련한 질문에 좀체 즉답을 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검증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와 맞부딪치지 않은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박 전 대표가 '경선 룰 협상 과정에서 세 번이나 양보했다'고 언급하자 "화합을 위해 대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당이 깨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판문점에 들러 평화 정책 공약을 발표 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그는 경선 룰 양보 가능성에 대해 13일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며 사실상 첫 반응을 보였지만,결국 이틀 뒤 전격적으로 한발 물러섰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