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루소(1712∼1778)는 1762년 출간한 '에밀' 에서 이렇게 썼다.

'여자들은 이제 아이들에게 젖먹이는 일을 그만두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해 아이를 낳는 일까지 그만두려 한다.

당연한 이치다.

어머니라는 상태가 고역스럽게 여겨지면 그들은 그 일로부터 해방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주로 집안에서 생활했을 250년 전 여성들도 어머니 역할의 고단함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려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사회생활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은 오늘날의 여성은 말해 무엇하랴.미국에선 출산 연기를 목적으로 자신의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임치료용으로 개발된 난자 냉동기법을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도 없는 여성들이 단지 출산 조절용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백인남성들로부터 '여자도 유색인종도 아니어서 취업과 승진에서 차별받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여성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출산과 육아를 사회생활의 걸림돌로 여기는 여성들이 이런 고육지책을 쓴다는 얘기다.

냉동난자를 사용한 임신은 1986년 이래 전 세계에서 이뤄진다.

지난해 말엔 호주에서 냉동난자와 냉동정자로 수정시킨 태아를 얼렸다 어머니 뱃속에 이식시킨 아기도 태어났다는 보도다.

국내에선 99년 난자를 겔(gel) 상태에서 급속 냉동하는 '유리화 난자동결법'에 따른 아기가 탄생됐다고 한다.

난자 냉동은 실로 부득이한 경우를 위한 것이고,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곤 해도 아직까지 결과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다는 마당이다.

미국 여성들은 냉동난자를 통해서라도 언젠가 아기를 낳으려 한다지만 출산과 육아에 남다른 용기와 재력이 필요한 우리나라 여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예 낳지 않으려 들지 모른다.

루소의 말처럼 여성이 아기를 낳자면 어머니 노릇을 고역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출산과 육아가 삶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게 하는 한 출산율 높이기는 불가능하다.

여성이 임신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지 않으면 장차 로봇 세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