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부담 증가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현재의 금리 수준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콜금리나 예금금리가 오른 것에 비하면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15일 말했다.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최근의 급증하는 중소기업대출 등 '고삐 풀린' 시중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에선 한은이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금리이자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CD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CD금리 한 달 새 0.12%P 올라

91일물 CD유통수익률(금리)은 지난 14일 0.01%포인트 오른 연 5.06%를 기록했다. 2003년 3월18일 5.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금리는 지난해 11월23일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 인상을 발표한 후 석 달 동안 4.60%(11월22일 기준)에서 4.94%로 0.34%포인트가 급등했다. 이후 지난 4월 중순까지 두 달간 4.94%에서 고정돼 있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최근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 달 전에 비하면 0.12%포인트가 올랐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금리도 급등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15일 연 5.65~7.25%에서 15일 현재 5.73~7.33%로 0.08%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주 목요일 CD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번 주 CD금리 상승분은 다음 주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CD금리가 최근 들어 다시 급증하는 이유는 지난해 말과 올초에 집중적으로 발행됐던 CD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발행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말 연초 금리가 급등했던 시기에는 은행들의 CD발행 규모가 월 8조~10조원 규모에 달했다. 이후 순상환으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은행권의 CD발행 규모는 1조8630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자는 "이달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CD물량이 많기 때문에 수급상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엔 중기대출이 급증하면서 필요 자금조달을 위한 CD발행도 늘고 있다.

반면 CD 매입처인 자산운용사들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인데다 한은의 긴축정책으로 은행들의 자금수요가 계속 빡빡한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재 금리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은행이 대출 줄여야…"

일각에선 최근 경기회복세를 반영해 전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인 만큼 CD금리만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기 대출이 늘어나며 유동성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있기 때문이고 예금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필요한 자금을 CD나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전방위로 조달하려다 보니 CD금리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리인상 '속도'라는 지적이다.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가계소비 등에 영향을 미쳐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이 한은의 '의도'대로 지나친 대출경쟁을 자제하며 자산부채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은의 긴축 스탠스가 완화될 수 있으며 상황이 달라질 때까지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기시장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지금처럼 은행들이 채권은 채권대로 많이 사고 대출은 대출대로 다 내보내고 자금이 모자라니 CD를 계속 찍어 돈을 조달하는 행태가 바뀌어야만 금리가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은행의 자산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너무 빠르게 늘면서 유동성이 계속 급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CD금리의 경우 이달 상승기를 거친 후 2~3개월 정도 안정세를 보이다가 다시 CD만기가 집중되는 8~9월께에 다시 방향을 탐색할 것 같다"며 "결국 그사이 은행들의 대출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