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고수들이 한국증시에 투자한다면 어느 주식을 고를까.'

가치투자가 대세라지만 가치주를 발견하는 안목은 쉽게 길러지는 게 아니다.

가치에 대한 판단도 사람마다 다르다.

한국증시에서 가치투자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는 "관리해주던 고객계좌가 거의 깡통이 날 정도로 마음고생을 겪은 뒤에야 가치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 눈을 떴다"고 고백하고 있다.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 부국 NH투자증권 등에서 잇따라 가치주 추천목록을 내놓고 있다.

가치주 투자의 원조는 '월가의 스승'으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그가 1949년 세상에 내놓은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은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을 비롯해 존 네프,존 템플턴 등 많은 전설적인 전문투자자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며 가치투자를 주류로 부상시켰다.

그레이엄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해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보고 안전구역(Margine of safety)이라는 개념을 중시했다.

주가와 기업 내재가치와의 차이를 의미한다.

종목선정 때는 기술주를 배제하고 재무상태가 좋은 대기업을 선호했다.

구체적으로는 10년간 흑자를 유지하고, 마지막 3년의 주당순이익 평균이 첫 3년보다 30% 이상 높은 종목을 골랐다.

또 △총부채가 자기자본을 넘지 않고 △과거 20년 동안 배당급을 지급했으며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를 넘지 않아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레이엄형 주식으로 삼성증권은 포스코 삼성SDI 오리온 삼성정밀화학을, 부국증권은 한일시멘트 호남석유화학 포스코 미창석유 삼일기업 등을 꼽았다.

그레이엄의 이론과 생각을 실전에서 검증하고 완성한 인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회사 내용이 단순하고 합리적인 경영자가 있는지를 살폈다.

또 주당순이익(EPS)보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을 중시했고, 매출액 대비 고수익률을 보이는 회사를 높이 평가했다.

워런 버핏이 살만한 주식으로 삼성증권은 포스코 KT 한전 롯데제과를, 부국증권은 동서 포스코 SK텔레콤을 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이 살만한 가치주로 한전 현대차 LG화학 대한항공 한국가스공사 동국제강 LG석유화학 풍산 세아베스틸 인탑스 삼호 피앤텔 등 12종목을 선정하기도 했다.

강신우 한국운용 부사장은 "가치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내는 내수주에 장기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